재발방지대책 민관 힘 모아야

허점 드러난 구제역 방역대책

▲ 김갑성 사회부 차장
소·돼지·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감염, 신속하게 전염되는 질병이 구제역이다. 잠복기간이 매우 짧은 구제역에 감염되면 동물은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에 물집(수포)이 생겨 심하게 앓거나 죽는다. 폐사율도 높아 국가적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펼치지 않으면 축산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

이제는 축산산업을 뿌리째 뒤흔들며 엄청난 재산피해를 내고 소강상태에 접어든 이 구제역의 재발방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관이 역량을 모아 구제역이 남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국내 축산산업의 근간마저 위협하며 현재까지 살처분된 가축의 수만 전국적으로 340만여 마리에 이르고, 3조원을 훌쩍 넘는 재산피해를 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과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선 소, 돼지 등 가축들의 열악한 축사를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들은 축사 규모는 키우면서도 정작 중요한 분뇨처리장과 사료 저장고를 농장 입구로 옮기지 않아 외부차량들이 축사 내부로 드나들며 질병을 옮길 수 있다는 점을 무시했다.

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표준설계도를 제작해 농가에 배포했다. 표준설계도는 분뇨처리장이나 사료창고를 농장 입구에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키우는 밀식사육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소와 돼지, 닭 등 가축의 사육형태가 기업농 형태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레 밀식사육이 이뤄졌다. 이는 가축의 활동 부족과 나아가 면역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축산농가들은 “표준설계도대로 축사를 고치려면 2억~5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어디서 구하느냐”고 탄식하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관련 매뉴얼에도 문제가 많아 보완 또는 수정이 불가피하다. 관련 지침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 행동지침’과 환경부의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이 있다.

동물의 사체에서 발생하는 살모넬라균 등은 장티푸스나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균으로 주로 지하수로 오염된다. 그만큼 매몰할 때 지하수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농림부의 매뉴얼이 살처분 장소를 ‘가급적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곳’이라는 식으로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

환경부 매뉴얼의 경우 탄저병을 일으키는 바실러스균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개선돼야 할 내용들이 한둘이 아니다.

감염 경로도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안동의 한 양돈 농장주가 구제역 발생 전 베트남에 다녀온 사실을 바탕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정확한 감염 경로 확인은 또다른 구제역 사태를 막는 첫걸음이다. 이를 토대로 초동 대응과 매몰에 따른 2차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구제역 판정 권한을 시·도 축산진흥연구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제역이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수의과학원의 최종 판정이 3일이상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종 판정이 늦어지는 만큼 관련 방역대책은 더 지연, 방역대(발생지점 반경 10㎞ 이내)가 한순간에 뚫릴 수 있다.

구제역 살처분 가축 매몰지 관리상태도 허점 투성이다. 매몰지에서는 핏물이 배어 나오고 악취가 진동을 하는가 하면 주민들은 식수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침출수 유출 여부를 점검하는 관측정 장치는 한 곳도 없다. 마구잡이로 묻기만 했지 2차오염 차단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제 봄이 다가왔다. 정부와 지자체는 구제역이 남긴 문제점을 보완, 해결해 재발방지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매몰지 부실관리가 국민적 재앙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구제역이 남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축산산업의 미래도 없다.

김갑성 사회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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