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한뜰 신미경

달맞이꽃에 관한 보고서(김선굉 시인)

수십만, 수백만, 수천만, 수억만 송이의 달맞이꽃들이 사문진교 부근 낙동강 십리 제방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이 놈들의 꼬라지를 가만히 보면 껑충한 키에, 휘휘 내저은 팔에, 되고마고 뜯어붙인 이파리에 촌닭도 그런 촌닭이 없습니다.(중략) 그런데 이 녀석들이 순식간에 노란 알전구를 모조리 점등시켜 활칵 나를 덥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 어떻게 그리 빨리, 일제히 불을 켜드는지 되게 놀랐습니다. 하이빔을 켜둔 채 차에서 내려 이 놈들 곁으로 가보았더니, 글쎄, 그게 꽃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부수어 흩뿌린 달빛 부스러기였습니다. 달이 내려다보니, 제 핏줄인 달맞이꽃의 모양이 하도 기막혀서, 제 몸을 뭉텅 떼내어

그걸 잘게 부수어서 마구 뿌려준 것이었습니다.(중략)

신미경씨 약력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 수상. 초대작가. 울산시서예대전 초대작가. 한글서체연구회 회원. 개인전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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