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생태환경 조성을

회귀와 부화만 강조해선 안돼

▲ 최석복 사회부 차장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생태하천 태화강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연어가 회귀하고 수영대회가 열릴 만큼 짧은 기간만에 맑아진 태화강에 대한 시선이 뜨겁다. 직접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면 예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태화강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물내음이 달라졌다. 물오리의 자맥질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고, 삼호교나 태화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잉어떼와 숭어떼, 누치떼의 장관이 연출되기도 한다.

울산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가는 태화강이 되살아난데는 울산시의 노력이 가장 돋보인다. 하수처리장 시설을 마련하고 복류수를 공급, 일정 수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수질악화를 막는 등 갖가지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연어와 울산에 대해 한번 되짚어 보자. 울산시는 태화강의 수질개선 지표로 연어의 회귀를 매년 홍보하고, 많은 예산을 투자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연어가 회귀하고 자연스럽게 산란을 거듭하는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치적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여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선바위 일대에 태화강연어생태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선바위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800㎡ 규모로 추진하며, 지역특산물홍보관(210㎡)과 함께 건립한다. 내년에 착공해 2014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총공사비는 110억원(국비 45억, 시비 25억, 군비 40억)이 투입된다. 연어를 비롯한 태화강 어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종 보존으로 학습 및 관광자원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울산시는 또 지난 17일 태화강 중류 신삼호교 아래서 박맹우 시장과 수산·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어린 연어 50만마리와 어린 은어 2만마리를 각각 방류했다. 연어 치어 50만 마리를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연어 방류행사는 연례행사처럼 돼 가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지난 1월 말 수산자원사업단 연어사업소 직원들과 함께 태화강 회귀연어 부화실태를 조사한 결과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의 자갈 무더기에서 길이 2㎝ 정도의 갓 부화한 연어 20~30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회귀한 연어가 연어새끼를 부화한 것이다. 지난해 12월말께 부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자갈밭에서 1개월 정도 난항을 흡수해 3~4㎝ 정도로 성장한 뒤 바다로 돌아간다.

태화강에 회귀하는 연어 개체 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총 716마리가 회귀했다. 2009년 614마리, 2008년 55마리보다 각각 102마리, 661마리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이처럼 치어를 방류하고 연어회귀와 자연부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한편으로는 태화강 중류 하상정비를 위해 현재 대대적으로 공사중이다. 연어의 자연부화는 회귀한 연어들이 산란하고 부화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지면서 이들 연어치어들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자랄 환경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태화강에 연어가 회귀하고 자연부화한 것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이들이 이 곳에서 자라 되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것 까지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어의 회귀와 자연부화가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억새가 흐드러지고 물길이 S자형으로 굽이치면서 만들어낸 자갈밭이어야 된다. 인간이 둔치를 활용하기 위해 물길을 억지로 바꾸고 하천바닥을 매끈하게 조성한다면 연어치어 50만 마리가 아니라 500만 마리를 방류해도 소용이 없다.

또 울산과 연어가 얼마나 밀접한 지도 궁금하다. 연어가 대량으로 돌아와 산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생태하천의 지표로 활용할 것이면서 지나치게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연어가 울산의 역사를 함께한 대표적인 어종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그저 태화강에 사는 수많은 어종 가운데 한 종류일 뿐이다. 지나치게 강조하면 역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mail protected]

최석복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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