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안전 운영의 묘 발휘를

눈앞 이익 급급해선 미래없어

▲ 강태아 경제부 차장
수년전 140년 전통의 인도 타타그룹의 경영철학인 ‘신뢰 경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08년 당시 라타 타타 회장은 5년여만에 완성된 세계 최저가 승용차인 ‘타타 나노’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약속은 약속입니다”라며 이 차의 가격을 1대당 10만루피(2500달러)로 소개했다. 1달러를 1100원으로 계산할 경우 이 차의 가격은 275만원. 인도 국민차인 ‘타타 나노’의 탄생역사는 타타그룹의 기업가치인 ‘신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경영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은 ‘신뢰’는 기업생존의 필수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조직원들 상호간의 믿음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미래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비단 개별 기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개인이나 단체, 사회 구성원간에도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되고 있다.

울산항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예선사측이 ‘정산 촉진금’ 지급을 지난 2월부터 적용하지 않으면서 시작된 예선사용자측과의 갈등이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울산항의 예선 운영방식을 공동배선제로 전환할 때 소위원회에서 합의한 정상촉진금이 이번 문제의 발단이다.

당시 예선사측과 사용자측 3인씩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10년간 실시해 오던 자유계약제를 공동배선제로 바꾸면서 정산촉진금 지불 등을 골자로 하는 4개항을 조건에 합의했다. 예선사측에서 사용자가 예선료를 청구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지불할 때에는 10%의 사용료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11월초 예선사측에서 사용자측에 사용료 할인을 없애줄 것을 요청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하자 사용자측에서는 이를 일방적 파기라며 예선운영협의회 개최를 요구, 이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게 됐다.

울산해양항만청장이 나서 조정과 재협의 권고를 했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하다가 예선사측이 지난 2월부터 이를 전격 시행, 예선사측과 사용자측 갈등의 골은 더 깊어갔다. 이후 모두 14차례의 협의를 거쳤지만 평행선을 긋기만 했다. 울산항만청에서 초유의 예선운영 관련 중재협의회를 구성, 중재안 도출에 나서자 양측이 이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예선사측이 주장하고 있는 주된 내용은 20% 이상의 임금인상과 여러가지 항만 여건의 변화로 업계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업계 전체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예선 사용료 할인액 25억~30억원을 지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이같은 금액은 순이익의 70~80%에 해당, 경영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선 신조가격이 3600마력을 기준으로 할때 50억원 가량 드는데 경영상의 압박으로 인해 노후예선 대체 등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예선사용자측은 올해 상반기 중앙예선협의회에서 예선료의 두자리수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윤이 조금 적어진다는 이유로 합의서를 파기, 파행으로 몰고 가고 것은 예선업의 사실상 독과점이 가져 온 병폐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적절한 절차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합의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며 울산항만청의 권고대로 오는 5월말까지 할인 거부 및 정산촉진금 지불거부 조치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불거진 울산항 예선사측과 예선사용자측의 이같은 갈등을 지켜보는 항만인들은 예선사측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울산항 예선사측의 영업이익율이 통상적인 기업체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게 지배적인 입장인데다 경영수지도 합의 사항을 어기고 시행할 만큼 나쁘지 않아 예선사측의 행동이 일방적 파기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당장의 상황이 힘들다고 합의 이행 기간을 불과 몇달 앞두고 사실상 합의안 파기에 나선 것은 울산항의 안전한 예선운영과 상호 우호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는 합의 당시의 대의(大義)에도 맞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주 중재협의회의 중재안이 나올 예정이다. 중재안은 예선사측에 유리할 수도 예선이용자측에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측에서 기대했던 내용에 미흡하더라도 ‘타타 나노’의 신뢰 경영을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당장의 이득보다는 울산항의 안전 운영이라는 큰 틀을 지켜내는 지혜를 발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태아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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