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분노 막기엔 역부족..“도쿄전력은 살인자”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사장이 22일 한 대피소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지만 피난살이에 지친 이재민들은 그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던 분노를 폭발하며 원성을 쏟아냈다.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 도쿄전력 사장은 이날 직원들과 사고 원전에서 약 50km 떨어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시의 한 대피소를 방문해 수십명의 이재민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의 누출로 피난 지시를 받은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면서 시미즈 사장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이재민 요코타 가즈야(63)씨는 오랜 대피소 생활에 지친 95세의 노모가 전날 세상을 떠났다며 “도쿄전력은 살인자”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한 할머니는 “도쿄전력이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게 괜찮은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다른 이재민은 “최대한 빨리 모든 상황을 정상화시키라”며 신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했고, 어떤 이는 “도대체 언제 집에 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시미즈 사장은 사토 유헤이(佐藤雄平) 후쿠시마현 지사 앞에서도 면박을 당해야 했다.
 앞서 시미즈 사장과 만나기를 거절했던 사토 지사는 이날 사장 앞에서 “굶주림과 쓰라림을 느끼는 이재민들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하느냐”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사토 지사는 대피 길에 오른 약 6천명의 어린이가 앞으로 수년간 살던 집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시미즈 사장에게 내보이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에 시미즈 사장은 “심각한 사고를 촉발한 것에 대해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깊게 숙였다.
 사장은 또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를 수습하고 주민들의 삶을 최대한 신속하게 정상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재 일본 정부의 대피 지시를 받고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 수는 약 8만5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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