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공사로 흙먼지와 전쟁

무더위에 창문조차 못열어

시공사·행정당국 대책 시급

▲ 김갑성 사회부 차장
경남 양산시 동면 양산천 하류 하천구역인 가산·호포마을 주민들은 푹푹찌는 무더위에도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4대강살리기 공사현장인 낙동강 6공구 2구역에서 나오는 준설토를 대형 덤프트럭들이 끊임없이 실어 나르는 바람에 발생하는 먼지 탓이다.

대형트럭들이 흙을 쏟아 부을 때마다 마을 일대 하늘은 온통 희뿌옇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에는 흙먼지가 인근 가산과 호포마을로 날아가면서 희뿌연 흙먼지구름을 만든다. 이 먼지는 양산신도시까지 날아든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흙먼지 때문에 인근 가산과 호포마을 주민들은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가 힘들 정도다. 흙먼지로 인한 호흡곤란 증세는 물론 계속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창문조차 열어 놓을 수가 없다. 생활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소를 하고 돌아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쌓이는 흙먼지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가산과 호포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흙먼지로 고통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양산천의 자연유수지 역할을 해 온 21만5000여㎡ 규모의 하천구역을 낙동강살리기 사업에서 나오는 준설토 매립장으로 활용하면서부터 흙먼지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벌써 4개월 째다.

당시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낙동강과 양산천의 범람을 막는 자연유수지 역할을 해 온 하천구역에 평균 1~2m 높이로 성토를 하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 양산천과 낙동강의 범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홍수 방지를 이유로 수십년 동안 하천구역 내 사유지 매입은 외면하면서도 주민들의 개발은 엄격히 규제한 것도 주민 반발의 원인이 됐다. 그동안 주민들의 개발행위는 엄격히 규제한 반면 자신들은 성토작업을 강행, 주민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준설토 반입이 그대로 진행되면서 시공사인 L건설이 지금까지 반입한 준설토만 모두 30여만㎥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입된 준설토가 나대지 상태에서 방치되면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마을을 ‘공습’,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시공사와 행정당국은 이렇다 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산시는 현장을 방문해 L건설 측에 가능한 물차를 총동원하고 준설토 반입 이후 흙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진막 설치 등을 주문했지만 지금까지 주민들의 생활불편은 해소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이다.

주민들은 홍수 방지를 이유로 그동안 재산권 행사도 막더니 일방적으로 수십만t 규모의 준설토를 매립하고, 이 과정에 흙먼지 고통을 끼치면서도 행정당국과 시공사 등은 대책마련에는 소홀히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공회사 측이 물차 추가 투입과 방진막 설치 등을 통해 주민고통 최소화를 꾀하는 한편 성토작업 뒤 연말까지 하천부지에 공원이 조성되면 흙먼지 피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양산시 동면 가산·호포마을 주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면서도 소박하다. 흙먼지 고통에서 벗어나 찜통더위도 예년과 같이 넘기며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찜통더위 나기 전쟁속에서도 창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채 방치될 경우 이들의 목소리가 생존권 차원의 절규로 메아리치게되고 주민생존권을 위협하는 국책사업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 것이다.

따라서 시공사는 물론 시행주체인 정부도 주민들의 아픈 마음과 상처부터 치료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감정과 현실이 무시된 채 강행될 경우 국책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명분이 약할 수밖에 없다.

김갑성 사회부 차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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