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곱추 아버지·필리핀 어머니 가진 반항아
담임교사 애정어린 간섭 속 긍정적 성장

 감독: 이한
출연: 김윤석(동주), 유아인(완득), 김상호(옆집 아저씨), 박효주(호정 )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에게 최근 새로운 주술 하나가 등장했다.

“얌마, 도완득!!”

이 주술만 외치면 부르는 사람도, 불리는 사람도 모두가 유쾌해지고 힘을 얻는다.

영화 ‘완득이’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얌마, 도완득!!”이 곳곳에 숨어있다. 관객들의 표정이 슬퍼질 때마다 마치 폭죽처럼 적재적소에 펑펑 터져 분위기를 유쾌함으로 반전시킨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이끌어 내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영화, ‘완득이’는 그런 영화다.

고교 2학년 완득이(유아인 분)는 꽃마차 카바레에서 댄서로 일하는 곱추 아버지, 아버지를 따르다 언제부턴가 가족이 돼 버린 2% 부족한 삼촌 등 2명과 달동네 단칸방에 살고 있다. 공부는 꼴찌고 싸움은 일등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그에게 담임 ‘똥주’(김윤석 분)는 “얌마, 도완득!!”을 외치며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간섭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똥주’선생은 완득이에게 그의 엄마가 필리핀 여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려주면서 만나보라고 한다. 설마하던 완득이는 그 사실이 확인되자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불쌍한 새끼가 있을까”하고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막말 대왕 ‘똥주’선생은 그럴수록 더 완득이에게 달라붙는다. 집으로 찾아가고, 포장마차에서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얌마, 도완득!!”을 외친다.

사춘기의 암울한 방황을 그리고 있지만 순간순간 번쩍이는 주변 인물들의 배꼽잡는 대사는 관객을 정신 못차리게 한다. 완득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역할도 흠잡을데 없다.

영화는 ‘똥주’가 아버지에게 완득이를 킥복싱 선수로 키울 것을 설득하면서 후반전으로 치닫는다. 모든 것이 난마처럼 얽혀 미래도 희망도 없던 완득이에게 킥복싱은 서광이 비치는 오직 하나의 출구가 된다. 상심의 수렁으로 빠져 들었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는 기분좋고 눈물나는 해원과 화해의 마당이 펼쳐진다.

영화관을 나서면 괜히 아들한테 “얌마, 도완득!!”하고 불러보고 싶다. 이재명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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