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Universal Design, 도시와 만나다

*Universal
① 우주의, 만물에 관한
② 전세계의, 만인(공통)의
③ 보편적인

■ 유니버설 디자인의 7가지 원칙
1.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
2. 사용상의 유연성(flexibility in use)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4. 정보이용의 용이(perceptive inforamation)
5. 오류에 대한 포용력(tolerance for error)
6. 작은 육체적 노력 (low physical effort)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도구·건물 등 도시환경 대부분 비장애인에 초점
장애인 고려해 디자인하면 모든이가 사용 가능해
포괄적이고 연결적인 유니버설 디자인 만들려면
도시를 사용하는 사람 사이에 끊임없는 소통 필요

필자가 진행하는 건축행태심리 수업중에 학생들이 충격적인 영상을 가져왔다. 지하철 역사에서 한 장애인이 상행하는 에스컬레이터에 매달려가다가 굴러떨어지는 장면이었다. 다음은 보행이 불편한 노

▲ 건축가 승효상의 대전대 혜화문화관 중정 공간. 큰 레벨차를 연결하는 긴 계단을 통한 전망과 하늘과 만나는 기막힌 경험은 건강한 사람들만 누리기 아깝다. 건축가는 이러한 공간에 디자인 요소로 지그재그로 경사로를 가로질러 공간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어린이나 다소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도 이 공간을 중심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진 유명희

인들이 장애인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고 싶다고 직원에게 요청해도 들어주지 않는 장면이 이어진다. 휠체어를 타고 보통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아닌 저만치 별도의 동선을 이용해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 그가 ‘장애인’이 되는 순간이다. 그는 그러한 ‘다른 취급’에 대한 항의를 한 것일 게다. 또한 몸이 불편한 노인이 장애인 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불허되는 아이러니… 이런 장애인에 대한 형식적인 ‘특별대우’는 그들을 사회에서 더욱 다른 계층으로 구분하는 또 하나의 장벽(barrier)이 된다.

장애 및 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생각해 본다. 감각기관, 운동기관, 순환기관 등을 포함하여 우리의 몸은 셀 수 없는 많은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언제나 건강한 보행과 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하물며 손가락, 발바닥에 티눈이 하나 박혀도 정상적인 자세나 생활을 유지하기란 어려운데 아침에 깨어 잠들 때까지 우리의 생활과 활동에서 동반되는 모든 물품, 도구, 가구, 건물, 보도, 표지판, 도시에 이르는 거의 모든 환경들이 인간의 ‘가장 건강한 상태’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에 대한 의미에 대해 좁은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한다. 두 손에 짐을 들거나 잠시 부상을 당해 깁스를 하거나 일시적인 신체의 장애가 발생하는 순간을 포함하여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생각해 볼 주제는, 바로 ‘모든 이를 위한 디자인’을 표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과 도시환경과의 관계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건물이나 시설을 추가비용 없이, 혹은 최저비용으로 장애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기능적으로 매력적으로 디자인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와 유사한 단어로 ‘barrier free’디자인이 있는데 이는

▲ 파리 세느강변 케브란리 박물관 도로변에 설치된 안내도. 점자와 돌출된 도면을 이용해 시각, 촉각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같은 정보를 공유하도록 디자인했다. 물론 휠체어 사용자의 높이에 설치되었다. 사진 유명희
장애가 있을 때 어떤 시설이나 물품을 잘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barrier’로 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즉 장애인에 보다 집중되어 있는 개념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가장 어려운 사용자, 즉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디자인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1980년대 미국의 건축가이자 공업디자이너인 론 메이스(R. Mace)가 1970년대 베트남전 이후 미국의 장애인들이 늘어나면서 등장했던 ‘barrier free design’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주창한 것으로, 자신이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평생 휠체어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 위한 물건과 환경을 디자인하고, 동시에 미적으로도 좋은 디자인을 누리게 하자는 운동을 펼쳤다. 론 메이스는 이를 위해 7가지의 디자인 원칙을 제시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 및 북유럽에서도 또한 고령자들이 다른 사람의 손을 빌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보내기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하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손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볼펜, 손가락을 넣어서 빼는 플러그, 앞으로 앉는 변기, 저상버스, 높낮이를 조정하는 싱크대 세면기 등등 무수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21세기 들어 디자이너라면 반드시 다루어야 할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다소 늦게 도입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특히 장애인 인권포럼이 매년 실시하여 올해 6회에 이르는 ‘유니버설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매년 1000여명의 학생들과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환경, 제품, 의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편, 도시환경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보다 포괄적이고 연속적인 경험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제품등의 개체가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디자인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들이 집을 나서 움직이는 도시환경속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의 시스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정책, 시민, 장애인, 결국 도시환경의 모든 사용자들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 나고야 주부공항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좋은 사례가 된다. 공항 설계 초기부터 장애인들이 포함된 UD디자인팀을 발족하고 총 150번의 회의를 거쳐서 공항디자인을 탄생시켰다. 주요 동선인 에스컬레이터, 계단, 엘리베이터를 모두 함께 놓음으로써 몸의 상태에 따라 차별적 시선이나 동선의 소외 없이 동등하게 접근하

▲ 유명희 울산대 건축대학 교수
도록 하였다. 공항의 외부로부터 공항내부까지 단차 없는 평평한 레벨, 모든 사용자들에게 용이한 사용방법, 접근방법으로 디자인된 기기, 자판기, 사인보드, 현황판 등. 세심한 배려가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만일 유니버설 디자인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도시에서도 휠체어 마크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아니 있더라도 차라리 장애인이 갈 수 없는 장소에 표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칫솔, 양칫컵, 의자, 책상, 부엌, 집, 버스, 지하철, 보도, 도서관,백화점… 노인이 되고 건강을 잃는 순간이 오더라도 익숙한 사물과 환경과 장소들을 변함없이 유지하는 것…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질높은 도시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아직 우리의 현실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겠지만….

“사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그리 굉장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디자인이 잊어 온 당연한 것, 제대로 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이제는 제대로 하는 것 뿐이다.” -나카가와 사토시(유니버설 디자인의 세계적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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