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초등 시립미술관 최적 입지
관람객 접근성이 성패 좌우

▲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시립미술관을 3년 안에 건립하겠다는 울산시의 발표는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던 모처럼의 단비였다. 행정이 앞장서고 시민이 합심했을 때 3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부지선정을 내년 8월까지 미루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007년 울산예총에서 뜻을 모아 울산초등학교 자리를 건의했고 2008년에는 울산의 언론계, 정치계, 학계, 미술인들로 구성한 13명이, 울산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일본 가나자와까지 가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21세기미술관’의 조성과정과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돌아왔다. 그 후, 울산 구도심이 가지고 있는 문화타운으로서의 개발가치와 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이것도 모자라는 것일까? 부지선정에 이렇게 많은 시간소비는 누가 봐도 정해진 건립 로드맵을 맞추기는 무리한 스케줄이다.

부지가 확정돼야 그 다음일이 진행된다. 미술관의 명칭과 성격정립, 그에 따른 설계 공모, 운영 팀(에듀케이터, 큐레이터, 관장)구성 등 개관준비가 시급하다. 오프닝 이벤트의 작가선정과 초대, 도슨트 교육(미술관 자원봉사자. 최소 2년), 청소년교육 전시장의 작품선정과 제작(3년), 개관 후 1년간의 전시계획표 등은 늦어도 3년 전에 시작되어야 할 시간표들이다.

울산초등학교 부지를 미술관건립 장소로 빨리 정하고 객사와 동헌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센터 구상을 했으면 좋겠다. 울산초등학교는 전교생 수가 50명 정도로, 독립학교로서의 기능이 상실되었다. 학교부지 3600평은 객사와 복합문화공간을 가진 미술관을 함께 건립해도 충분한 공간이다. 현대미술관으로 세계적 명성을 가진 뉴욕의 구겐하임 본관부지는 800평에 불과하다.

미술관의 성패조건은 넓은 부지가 아니라 관람객의 접근성이다. 국제적 대도시의 유명미술관들도 시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진다.

뉴욕 맨해튼 뮤지엄 거리에서 구겐하임 위치는 제일 위쪽에 있다. 현대작품소장이 많아 관람객이 붐빌 것 같아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정점으로 100m 정도의 거리 때문에 운영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같은 시내지만 소호거리에 분관을 개설한 후 활력을 얻고 있다.

LA의 예를 보자. 1983년에 세워진 케티센터는 750에이커(약 90만평)나 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박물관, 연구소, 재단사무소, 보존연구소 등 여러 건물이 군을 이루고 각각의 역할을 하지만 전체적 트러스트(결합)운영으로 경제적 활력을 꾀하고 있다. 정원도 볼거리다. 몇 사람이 나누어 정원설계를 담당했으나 중앙정원만은 미술작가 로버트 어윈에게 맡겨 ‘예술이 되기를 바라는 정원형태의 조각’이 되게 했다. 박물관의 수많은 유명소장품 또한 관람객 유치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카운티 미술관보다 관람객이 적고 관광 휴가철이 지나면 한산해 진다. 한국의 예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구시립미술관이다. 엄청난 부지와 예산으로 만든 두 미술관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보면 된다.

세계 여러 중소도시의 미술관에는 몇 십억에서 몇 백억 짜리 작품을 소장하고도 관람객 유치에 고민을 한다.

지금 울산문예회관 전시장 관람객도 그리 많지 않다. 전시공간이 나빠서가 아니다. 주위환경 때문이다. 파리의 퐁피드센터는 공연장, 식당, 회의장 등 다양한 복합공간속에 있는 미술관이기 때문에 뉴욕의 모마와 쌍벽을 이루는 현대미술관이 되었다. 단독 미술관으로는 관람객을 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울산은 미술관 건립 못지않게 객사복원도 중요하다. 한옥생활 체험 게스트하우스, 한국요리 강습실, 예절교육실, 국악연습실, 다도실습실 등은 얼마나 절실한 프로그램인가. 중앙동 문화관광거리 조성도 미술관 활성화의 긴요한 조건이 된다. 정책의 순위는 낙후된 곳부터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구청장은 외국과 전국의 문화거리 사례를 검토하고 중앙동 문화거리에 입주하는 작가들의 작업실 임대료지원까지 계획하고 있다.

전통과 역사보존은 누구나 중시하는 국민 정서이다. 울산의 역사공원 한 울타리 속에 동헌과 객사와 미술관(복합문화공간)이 있는 문화센터를 만들고, 중앙동의 차 없는 문화관광거리를 조성하면 자랑스런 울산의 새로운 문화지구가 될 것이다. 이것이 울산공단조성 50주년 기념사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김종수 문화도시울산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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