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시인
고등어를 칼로 내리친다

파르르, 결의 떨림이 칼자루를 지나

온몸으로 퍼진다. 아침 햇살이

팽팽해지는 공기를 뚫고

푸른 등 위에 내리꽂힌다

순간, 내 속에 살의가 번뜩인다

저만치 떨어져나간 고등어 대가리

무얼 저리도 골똘히 생각하나

비린내를 없애려고

청주 한 숟가락 뿌리다가

얼른 목구멍으로 한잔 털어 넣는다

밤새 내게서 나던 냄새도 만만찮았지

끓는 냄비 속으로 몸을 던진다

뜨거울수록 고등어는 단단해진다

찌개 냄비를 가운데 놓고

밥상 앞에 둘러앉아, 후후 불며

자꾸만 절하는 저 붉은 입들.

■ 강문숙 시인은

경북 안동 출생. 1991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년 ‘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따뜻한 종이컵>이 있다.

밥상 위에 오르는 반찬들도 때론 거룩하다. 그 하나하나의 희생으로 삶의 허기를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장만하는 손길에서 형언할 수 없는 진지함이 묻어난다.

그깟 한 끼 식사에 동참하는 ‘고등어’에 불과한 것에 ‘살신성인’의 구도자 모습까지 보이니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시편이다.

그렇지. 항상 삶의 대조는 어떤 대상으로 비롯되지 않는가? 생선의 비린내와 나의 냄새 사이의 간극(間隙).

비등점으로 향하는 그와 우리는 다른 것이 없다. 그러므로 뜨겁게 무너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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