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 없이 고름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균등의 균(均)은 ‘고르다, 평평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한자입니다. 글자에서 알 수 있듯이 흙을 고르게 편 모습입니다. 그 결과 땅이 평평해진 것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흙 토(土)가 빠진 균(勻)만 보아도 ‘고르다’의 뜻입니다. 두 이(二)를 감싸고 있는 모습 속에 ‘공평하게 나누다’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요즘 들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공정한 사회는 같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말합니다. 민주사회는 집권자의 아들이나 필부의 자식이나 같은 대접을 받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동등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논어 계씨편에도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게 충고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백성의 수가 적음을 걱정하지 말고, 나라가 가난함을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백성이 많은 것은 국력이 강함을 말하고 재화가 풍부해질 수 있으므로 통치자라면 누구나 이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지만 위정자가 걱정할 것은 사람 사이가 공평하지 않아서, 서로 간에 편하고 화평하지 않음이 있는 것을 걱정할 것이지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습니다. 누가 봐도 수긍할 수 있는 균(均)이 되지 않으면 불화가 생기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인구가 많고 재화가 풍족해도 평화롭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평하고 균등(均等)만 하면 인구의 다소, 빈부의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공평하게 되면 백성의 뜻이 안정이 되고, 백성이 안정이 되면 가난하더라도 혼자만 살겠다고 탐욕을 부리지 않게 됩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은 균(均)자가 가진 뜻이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고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평하고 고르게 하는 것이 균(均)이기는 하지만 능력에 따라 고르게 대접받는 것이 올바른 균(均)이 가진 뜻입니다. 균전제(均田制)를 해도 똑같이 땅을 갈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가구주의 능력과 가족의 수와 객관적 평가에 따라 분배해야 합니다. 이를 우리나라 고교평준화처럼 우열 구분없이 학생을 배치하는 것은 균(均)이 아닙니다. 균(均)은 능력에 따른 고른 배분입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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