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다른 사물을 이용하려는 마음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거마의 거(車)는 ‘수레, 바퀴’의 뜻을 지닌 한자입니다. 물론 상형이지요. 바퀴 하나인 수레를 옆으로 보면 거(車)의 모양입니다. 인력거니, 자전거니 하여 거(車)로도 쓰이고 자동차니 기차니 하여 차(車)로도 읽히지요. 성씨로 읽힐 때도 차(車)로 발음합니다.

거(車)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거마(車馬)입니다. 수레와 말이 인류 역사에 등장하면서 문명도 발달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우리는 수레가 진화된 자동차를 하루라도 안 쓰면 못 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편의성, 신속함이 주는 만족감, 쾌감을 어디에도 견주기 어렵습니다. 축지법이 있다고 한들 이처럼 용이할는지요.

매사가 그렇듯이 만족감과 함께 그 반대급부도 만만치 않습니다. 차로 오는 불편함, 공해, 그리고 생명을 담보하는 위험성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이를 일러 일찍이 장자가 기심(機心)이라 하여 인간의 속도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기심은 나를 위해 다른 사물을 이용하려는 마음을 말합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초나라에서 진나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어느 노인이 밭에 물을 주는데, 동이로 물을 떠다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 노인에게 물을 퍼올리는 용두레라는 기계(機械)가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편하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 노인이 기계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다 듣고 말하기를 “기계가 있으면 기계를 사용할 일이 자꾸 생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일의 효율이 높아집니다. 또 그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기심(機心)이 생기지요” 하면서 이를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기심(機心)은 마음 속에 생기는 욕심 덩어리를 말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몰라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욕심이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레가 발달하여 자전거가 되고 다시 자동차가 되고 기차가 되고 급기야 비행기까지 등장했습니다. 요즈음은 우주선까지 개발되어 달나라 여행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과연 인간의 일들이 편하고 즐겁게 되었나 생각할 일입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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