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에 오른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을 이름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가문의 문(門)은 집집마다 출입구로 사용하는 ‘대문’을 뜻하는 말입니다. 글자의 모양이 출입문의 모양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라 대문의 역할을 크게 모르고 삽니다. 그러나 이 대문이 그 집의 상징이고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은 쪽문으로 출입하기도 했지요. 이 외짝문인 쪽문은 호(戶)라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대문에 반드시 문패(門牌)가 걸렸지요. 주소와 그 주인의 이름이 나란히 붙었습니다. 셋방살이를 면하고 대문에 버젓이 이름을 내거는 감격은 경험자만이 아는 일입니다. 이것이 발전하여 당호(堂號)가 생기고, 보다 큰 건물에는 현판(懸板)이 새겨졌습니다. 이를 편액(扁額)이라고도 합니다. 이름난 건물의 현판은 당대의 명필이 썼지요.마곡사의 대웅전은 신라 김생의 글씨라 하고,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공민왕 글씨라고 하지요. 남대문의 숭례문이나 경복궁의 경회루 현판은 양영대군 글씨로 전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관문(關門)이라는 말을 쓰는데 성이나 고개를 넘을 때의 문이 관문입니다. 두문(杜門)이라는 말은 ‘문을 닫아걸다’라는 말입니다. 문을 닫고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 두문불출(杜門不出)이지요. 그래서 생긴 마을이 두문동(杜門洞)입니다. 고려 말의 유신들이 망국의 한을 달래며 삼척 골짜기에 칩거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문(同門)은 같은 학교를 드나든 사람들입니다. 명문(名門)일수록 그 세가 막강하지요. 그래서 문하생(門下生)도 생기고 문도(門徒)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또 가문(家門)이라는 말보다 널리 쓰이는 말이 있을까요. 이는 자연히 문중(門中)으로, 문벌(門閥)로 이어지는 말입니다.

등용문(登龍門)이라는 말도 기억할 만합니다. ‘용문(龍門)을 오르다’가 등용문입니다. 용문은 중국 황하 동쪽 산서성에 있는 협곡입니다. 물살이 어찌나 센지 물고기가 이곳을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고 합니다. 과거에 합격한 사람을 등용문에 올랐다고 하는 것이 여기에 유래합니다. 화복무문(禍福無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화와 복은 정해진 문이 없고 오직 사람이 부르는 대로 이른다는 뜻입니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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