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뼈 있는 말을 던지면
덥석, 받아 문다
너도 모르게 뛰어오르는 것이다
네 안에 주둥이는 재빠르다
말을 던진 사람은 모른다
점잖게 무너진 한 영리한 개가
제 앞에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이것은 복종의 한 종류는 아니고
향후 실체를 좇아야 할 냄새의 영역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물으면
살맛 안 나는 뼈를 우물거리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짐작 앞에
낑낑대다 앞발로 귀 덮고 말 것이다
항의, 아니 짖지 않은 것은 잘한 일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가
밥그릇에 뼈다귀를 내려놓고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함에
그것은 개가 뼈를 물고 지나가는 일
턱 괴고 엎드린 어떤 개를 쓰다듬는 일
뼈를 핥으며 깊어지는 일.

■ 박지웅 시인은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수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 등이 있다.


살다보면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가끔 듣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에
▲ 이기철 시인
흥분하고 이를 마치 사실과 진실인양 ‘덥석’물지만 이내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짐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좀처럼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바라는 전투는 벌어지지 않으며 ‘낑낑대다 앞발로 귀 덮고’ 만다.
세상만사가 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짖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살아가는 일은 용기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조금 비겁해도 괜찮다.
‘뼈를 핥으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모색함도 병법(兵法)의 하나다.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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