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철 시인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꿈꾼대도 결국 치유되지 않을 것이므로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때론 대못이

대못 같은 것이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그러쥐고 있기도 하는 것이다.

■ 복효근 시인은

1962년 전북 남원출생. 1991년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 시학상 젊은 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마늘촛불> 등이 있다.

손가락에 작은 가시 하나 박혀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우리다. 하물며 가슴에 ‘대못’을 박고 살아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갖은 방법으로 이를 치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 않겠나? 하지만 뽑는다고 해서 흔적이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다거나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상처가 훈장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 평생 ‘트라우마’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나.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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