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 속의 고기가 뛰어 오름

비(飛)는 ‘날다’ ‘빠르다’ ‘높다’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 글자는 새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창공을 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산의 높이보다 더 높이 뜬 하늘의 독수리나 솔개의 모습은 참으로 자연스럽습니다. 거기에서 인간은 날 비(飛)자를 창출했습니다. 이 날 비(飛)자를 잘 쓰면 시집, 장가를 잘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약(飛躍)의 ‘비(飛)’는 ‘높이 날다’, ‘약(躍)’은 ‘뛰어 오르다’의 뜻입니다. 이 말은 ‘소리개가 하늘 높이 솟구쳐 날고, 연못의 물고기는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른다’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것이 연비어약(鳶飛魚躍)입니다. 근심 걱정이 없고 태평스러워야 하늘에서 노닐고 물에서 뛰어 오릅니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더러 사무실에 족자로 만들어 이 구절을 걸어 놓은 것을 보기도 합니다. 솔개가 하늘로 나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드러낸 것이고, 물고기가 연못에 노니는 것은 땅의 이치를 다하는 일이라 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인간은 천지(天地)의 움직임을 살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높은 하늘에서 유유자적하는 솔개의 득의로운 모습에서 삶의 기상을 배우고, 물살을 가르는 잉어에게서 살아가는 철학을 터득한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인가요.

이 광활한 대자연 속에 천품대로 ‘날고 뛰어 오르고’가 바로 비약(飛躍)입니다. 이를 중용 풀이에서 만물 화육유행(化育流行)의 모습이라 해설하고 있습니다. 화육(化育)은 죽고 길러짐이고 유행(流行)은 흘러 지나감입니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은 이러한 우주의 운행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화육(化育)에 담긴 뜻처럼 우리 사람도 죽어야 후손들이 성장합니다. 죽되, 여유롭고 보람되게 살다가 덕스러움을 남겨야 한다고 중용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훈없이 돈만 남기면 자손들의 싸움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비(飛)가 쓰인 말로 ‘빠르다’는 뜻의 비호(飛虎)도 있고, ‘날다’는 뜻의 비룡(飛龍)도 있습니다. 또 오비이락(烏飛梨落)도 ‘날다’의 뜻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가 오비이락이지요. 운이 나쁘면 구설수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중앙대 명예교수·한자교육국민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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