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휘어진 가지마다 횃불을 밝히는
낯선 곳으로 이끌려 온 듯 두리번두리번
봄은 꽃의 입구를 찾는다
봄이 꽃들의 구치소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
(면회 시간이 너무 짧다고, 一生이 그러하듯이)
꽃들과 봄은 서로의 문을 쉽게 찾는다
서로에게 아직
그 향기 남아 있으므로
활활 타오르는 노오란 자유의 세계 앞에
딸랑딸랑 하나씩 열쇠를 흔들며 새들이 울어댄다
얼마나 아득한 생이었던가
잠그고 떠나갔던 시간을 다시 풀고,
오랜 어둠의 결박을 풀고
깊숙한 밤의 늪 속에서 끌고 온 길들을
부려 놓는다
얼마나 아득한 날들이었던가
바람이었던 겨울이었던 입구에서
꽃의 기억을 가득히 가두고 있는
봄의 입구까지 두리번두리번
누가 나를 여기서 하차하라고 했지?

■ 조연향 시인은
경북 영천 출생. 199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2000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경희대학교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으로 <제 1초소 새들 날아가다> <오목눈숲새 이야기> 등이 있다.

항상 만남은 반갑고 혹은 생경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가고 오는 것이 어찌나 쏜살같

▲ 이기철 시인
은지 어떻게 맞이해야할지 당황스럽다.
봄은 이미 모두들의 마음에 도착했지만 이내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예감한다.
하지만 혹독한 지난날들에 비하면 우리에게 찾아든 봄은 어떤 희망의 이름보다 찬란하다.
오늘 시편은 감상이 아니라 감동으로 챙겨야 할 듯하다.
어떠한 연유로 갇혀 있는지 묻지 않겠지만 이도 곧 지나갈 터. 하지만 ‘그 향기 남아 있으므로’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기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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