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봄이 왔다. 그런데 올해는 눈과 매화, 개나리 그리고 벚꽃도 거의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분명 기상이변이 심해지는 것 같다. 언론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산소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구상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는 식물 밖에 없다. 식물 잎에 있는 엽록소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를 빼내어 산소만을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엽록소를 많이 가지는 나무 잎은 지구의 산소 공장이라 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는 향기도 내보내고 있다. 실은 벌레나 새 심지어 동물까지도 나무의 향기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은 나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나무를 베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의 향기는 학계에서 식물 사이의 의사소통 물질로도 알려져 있고, 이러한 물질의 영향을 통틀어 알레로파시(allelopathy)라 하며, 이와 관련된 물질을 알레로케미칼이라고 한다. 인간이 도시에 살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식물과 함께 생활한 기간은 500만년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식물이 사람의 생각과 반응을 한다는 연구 사례도 알려져 있고, 심지어 선인장에 말을 걸면 응답한다는 연구결과도 알려져 있다. 즉, 인간의 희로애락에 식물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용한 것이 식물 농장에서의 음악농법으로, 식물은 클래식 음악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빛에 대해 더 확실하게 나타나는데, 빛이 있는 방향으로 해바라기나 나무 잎이 움직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온도가 낮거나 건조하게 되면 식물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물질을 발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스스로 번식을 위해 다른 식물들에게 독 향기를 품어내는 식물도 알려져 있다.

그러한 물질은 항균제, 기피제, 유인제, 탈취제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물질은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섬유용 탈취제인 페브리즈(febreze)는 옥수수 잎에서 정제한 베타-사이클로덱스트린이라는 탄수화물로, 탈취제로 흔히 이용되고 있다. 물론 감에서도 살균 및 탈취작용이 있는 탄닌(tannin)이라는 성분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감을 먹으면 입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다. 녹차의 카테킨은 물을 정화시키고 살균력이 알려져 있고, 고추의 캡사이신(capsaicin)은 곰팡이 방지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식물의 소중함을 다시 인식하고 산에는 나무를, 들에는 꽃과 식물을 많이 심어야 할 것이다. 울산대학교 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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