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고

▲ 심준석 무역협회 울산본부장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세월호’라는 단어조차 언급하기가 죄스럽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우지도 못하고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에게 어떠한 사죄의 말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지상파와 공중파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과 매체들이 세월호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책분석에 한결같이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그만 해도 될 듯 싶은데 너무한다는 느낌이 앞서고 이제는 관련된 뉴스를 읽거나 TV 뉴스 보기를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 물론 언론의 성격상 지속적인 소식을 전하는 고유의 사명을 저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수습과 통합의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구조작업에 투입되었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믿었던 국가가 믿음을 저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는 전시상황에 준하는 비상체제에 임하여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상일보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고 발생직후 세계 최대의 조선소가 있는 울산인 만큼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취재를 해서 구조활동에 조금이라도 일조를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면 조류와 물살이 세서 구조활동을 정조기에만 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다면 상시적으로 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거나 조선전문가와 해양구조물 전문가를 초청한 긴급 지상 좌담회를 개최해서 이론적이거나 현실적인 모든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개인의 의견보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에서 제시하는 의견은 그 무엇보다도 힘과 권위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그림자가 더 이상 그늘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이미 사회 곳곳에서 안전에 대한 총점검에 들어가고 매뉴얼 마련 등 부산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차제에 안전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구비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좋은 일도 본말이 전도가 될 경우에는 안하느니만 못하듯이 안전을 위한 규제보다 법을 위한 규제, 규제를 위한 규제가 신설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특히 울산은 주력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인 만큼 기업에 대한 안전강화 및 정밀검사 등으로 세월호의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화관법이나 화평법 등 화학산업에 대한 입법 규제로 인하여 중소화학업체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데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설상가상으로 안전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우려가 있어 중소화학업체들의 심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행정가의 입장에서 보는 안전의 잣대와 전문가가 보는 안전의 잣대, 경영인이 보는 안전의 잣대가 다 다를 수 있다. 화학공장에서 생산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수가 너무 다양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공정과 투입되는 비용이 다르므로 한가지로 일관된 잣대를 제시한다면 우리 중소 화학업계는 안전기준을 맞추다가 사업을 접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별 업종에 적합한 안전대책을 스스로 마련해서 전문가의 심사를 거친후 승인절차를 밟는 자율규제를 우선으로 하고 안전에 대한 필수사항은 공통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차제에 경상일보에서 단기적으로 중소화학업계의 애로를 심층 취재하고 업계 스스로 안전에 대한 해법도 강구토록 하여 화학산업의 안전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여론을 선도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울산의 안전업무에 대한 정기 섹션을 마련하여 제반 업종별, 기업규모별 안전규제를 총괄 점검하고 정부차원의 실효적인 시스템과 업계차원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심준석 무역협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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