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로 우리 사회의 약점 드러나
재난상황에 대비한 시스템 확보는 물론
담합구조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되어야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총리 사퇴로 수습의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다. 재난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부의 수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가진 약점과 한계점 그리고 관행 등을 고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책임 주체에 돌팔매를 던지고 울분을 토할 수 있지만 의외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점을 노출한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난을 대비하는 과정은 대부분이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하는 척 시늉만 하는 모습을 대다수 사람들은 받아들여 왔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라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고치는 일이 이번에는 이뤄져야 한다. 부끄러운 일은 초동 대응이 너무 미흡하였다는 사실이다. 직무를 유기한 선장 이하 선원들을 제쳐놓더라도 재난을 총괄하는 조직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딱하기도 하였지만 “우리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바다건 육지건 간에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들을 안심시킬 정도로 지휘권을 명확히 하고 지휘권자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상황을 통제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쉬운 사례로 서울의 한 번잡한 장소에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 터졌다고 하자. 육지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이런 상황을 통제하면서 진두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도 재난 상황에 대한 관련 조직도 등은 모두 다 잘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훈련 부재, 명확한 지휘권의 부재, 부처 사이의 권한 분담 문제 등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노후 선박에 시설을 중축하는 과정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무게 중심을 선박의 위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 준 관련 부처는 어디인지, 누가 그 업무를 담당하였는지 등을 이번 기회에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거대한 담합구조이다.

사실 해양부문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퇴임한 공직자들이 포진해 있다. 업체와 퇴직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담합 구조가 이번 사건의 뿌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퇴임 이후 공직자의 관련 부처 취업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척시켜 왔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 법제화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편의를 봐주고 이익을 교환하는 담합구조가 뿌리깊이 박힌 사회에서 뭐든 로비로 통할 수 있음을 뜻한다.

세월호에서 근무하였던 전임자들의 속내를 털어놓는 이야기가 속속 공개되면서 선박 자체의 증실로 배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서 운행되어 왔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하였을까? 우리 사회의 담합구조와 부패구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담합구조에 대한 해결책도 이번 기회에 나와야 한다.

오래 전부터 걱정해 온 것은 내각 구성원들이다. 대통령은 말씀하시고 그 말씀을 충실히 받아 적는 내각 수장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걱정해 왔다. 이번 내각에서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관료 출신들과 법조인 출신들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잘 길들여진 사람들이란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은 지나치게 착실한 사람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상황을 주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은 없었다. 급기야 대통령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을 만났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겠는가? 착실한 사람도 필요하지만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초대 내각에 가졌던 우려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기념사진 찍기’ 등은 그냥 실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부 공직자들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지만 일어나고 말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가급적이면 조속한 시간 내에 사건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군인과 경찰 인력의 부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수습될 즈음에 재난대비책과 관련해서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면서 확실한 교훈을 얻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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