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경력 조작해 해기사되는 사례 잦아
선주·선장 판단으로 경력 위조할 수도
부정발급 그대로 두면 사고 가능성 높아

▲ 박철종 선임기자

최근 울산지검은 승선복무 경력을 조작해 면허를 취득한 해기사 12명과 이를 알고도 허위 승무경력 증명서를 발급한 선사 직원 3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이 사건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 해기사들의 국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어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승선복무 경력 조작으로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남 창원해양경찰서는 올해 2월 소형선박 조종사 해기사 면허 취득에 필요한 2년의 승선 경력을 허위로 작성해 면허를 갱신한 고성군청 공무원 등 11명을 붙잡았다. 경북 포항해양경찰서도 지난 3월 선박 승무경력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해기사 면허증을 부정 발급하거나 갱신 받은 17명을 검거했다. 이처럼 해기사 면허 부정발급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선원 및 탑승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불안케 하고 있다. 자격 없는 사람이 해기사 면허를 취득해 선박을 운항하게 되면 해양안전사고 등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해양수산부의 ‘2013 상반기 전국 해기사 면허 발급 실태’ 분석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발급(신규·갱신 포함)된 해기사 면허 1만5062건 중 선박 소유주와 선장이 발급한 경력증명으로 취득한 사례가 2579건으로 전체의 17%로 나타났다. 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2013 해운통계요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2012년 최근 5년간 선형별 해양사고 중 20t 미만의 소형 선박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사고의 38.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무경력을 입증할 때 이를 선박 소유주와 선장이 발급하는 경우 국가 공인기관의 증명이 아닌 선주 또는 선장 개인의 판단이나 의뢰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경력을 적도록 돼 있어 경력이 위조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면허 취득자와 선주가 동일인물로서 자가경력증명을 통해 면허를 발급받은 경우도 있다니 부정하게 면허를 발급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해양수산부는 선주나 선장의 경력증명 중 일부의 경우 허위증명의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해 10월 지방해양항만청이 해경의 출입항사실확인증명서를 대조·확인할 수 있도록 ‘행정정보공동업무포털’시스템을 개선했다. 또 지난해 12월 선원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승무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제출과 공신력 있는 제3자의 추가 증명 및 승무기간 인정의 기준을 설정했다. 해수부는 또 지난 4월 “해기사면허 발급을 위한 승무경력은 기본적으로 승선확인 시 해수부가 운영하는 경력관리 시스템(해운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선원법상 승선확인 대상이 아닌 소형어선의 경우 출입항 기록 또는 선주·선장의 증명을 인정하고 있다.

해기사 부정 발급의 구조적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고는 재발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현실적으로 6급 항해사 및 소형선박조종사 면허 취득에 필요한 승무경력 중 항내(港內)만을 운행하는 선박의 승무경력은 지방해양항만청 등 공공기관에서 관리하지 않고 있고, 선박 소유자가 작성하는 승무경력증명서로만으로 증명이 가능한 맹점을 안고 있다. 이에 따라 6급 항해사 및 소형선박조종사 면허 신청자는 친분이 있거나 연결될 수 있는 선박 소유자에게 접근해 승선기간을 부풀린 허위 승무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는 암거래가 성행하게 된다. 항내만을 운행하는 선박의 승무경력이 지방해양항만청 등 공공기관에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선박 소유자는 항만업체의 과잉경쟁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선장 등의 이직이 잦아지자 부족한 선장 등을 충원하기 위해 실제 승선기간을 부풀린 허위 승무경력증명서를 발급하는 윈-윈(WIN-WIN)게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반복될 일이다.

박철종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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