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과

지난 주 한국환경과학회 회원과 함께 시베리아의 바이칼호를 탐사했다. 호수 주변은 대부분이 문수산 숲처럼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로 되어 있었으며, 부산 영도의 태종대와 같은 절벽, 진하해수욕장과 같은 모래사장, 가지산 정상에서 본 넓은 초지 그리고 드문드문 주민들의 집과 관광객을 위한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생물학자가 아닌 저자에게는 바이칼호 주변에 서식하는 많은 나무나 풀이 우리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숲과 풀처럼 느껴졌으며, 그 냄새 역시 우리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놀랄 일은 바이칼호의 중앙에 자리잡은 섬(올홈 섬) 속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브리야트족)이 살고 있었으며,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들의 유전자가 우리나라 사람과 거의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신성시하는 두 개의 바위는 이들 종족의 뿌리로 숭배하고 있었는데, 이 바위에 선녀가 내려와서 코리족(한민족의 뿌리?)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내용에는 우리의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매우 흡사한 부분이 있음을 알았다.

우리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브리야트 공화국 코리족의 생활양식은 몽골 사람들과 거의 같았으며, 주로 양, 말, 돼지 등의 고기를 말린 것과 특별히 바이칼에서 잡히는 오물이라는 연어와 비슷한 물고기를 말린 것을 주식으로 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들이 사는 집에서는 말린 생선 냄새 그리고 말린 고기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화학자인 필자에게는 지방이 분해된 지방산, 생선 비린내인 트리메틸아민의 냄새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 물질은 우리 주변에서 악취민원의 원인이 되는 성분들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조들은 악취를 좋아했단 말인가? 아마도 시베리아같은 극한적인 환경에서 살려면 동물이나 생선 그리고 여러가지 열매를 말려서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고기 냄새인 지방산, 생선 냄새인 트리메틸아민, 마늘이나 양파의 냄새인 황화수소 및 메틸머캅탄, 메주나 청국장의 냄새인 알데하이드가 비록 악취방지법의 주요 관리대상 물질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성분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냄새이기도 해서, 관리만 잘 한다면, 이러한 음식으로 인한 악취도 향기로 바뀔 수 있음을 깨닫게 한 곳이 바로 바이칼이었다.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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