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욕망하는 현대인의 자화상

▲ ‘예술가의 초상’, 캔버스위 아크릴, 214×304cm, 1972년작.

20세기에 일어난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겪게 만들었지만 유럽에서는 그것의 정도가 미술에서도 매우 강하게 드러났다. 초기에는 직접적인 영향으로서 아방가르드와 다다이즘이 문화적 징후로서 나타나지만 이후에는 팝아트(Pop Art)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드러난다. 엘리트주의적이며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앞선 전위미술이 대중적 삶의 구체적인 문화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였으며 계급성을 대처하는 새로운 현상이기도 하였다.

특히 영국은 세계대전의 아픔을 겪은 이후에도 여전히 성찰 없는 구태의연한 사회현상과 질서에 대하여 젊은 청년작가들로부터 새로운 예술적 비판의식과 전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들은 앞선 다다이즘의 전위적이고 비판적인 문화현상의 맥을 잇는 새로운 미술운동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은 다다이즘이 가졌던 반 예술의 특성을 이어받아 상업적인 저급한 대중문화와 통속적인 이미지를 차용하여 고급문화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하였으며 통속문화와 친숙한 관계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그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대량 소비사회의 욕망현상에 대한 비판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 )는 영국의 대표적인 팝아트 작가로서 영국 팝아트를 이끈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화가로서 뿐만 아니라 사진, 판화, 삽화, 평론, 무대미술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예시된 작품은 그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면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풀장에서 헤엄치는 인물과 빨간 재킷을 입은 사람은 같은 인물로서, 재킷을 입은 현실 속의 자신과 도시적이고 세련된 욕망이 실현된 풀장 안의 자신을 하나의 화면에 구성을 하였다.  

▲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햇빛을 가득 받은 밝고 화려한 풀장은 값비싼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멋스럽다. 푸르고 넓은 자연 속의 풀장은 시원하면서도 주위의 풍경은 쾌적하다. 한 낮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풀장의 사내는 분명 행복할 것이다. 풍족한 시간과 여유를 마음껏 누리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현실의 호크니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은 누구나 상상하듯 현실적 성공에서 비롯된다. 현실의 그와 대량생산과 소비사회에서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듯 풍요로운 소비사회를 만끽하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번 돈은 대량소비사회에 걸맞게 속물처럼 오로지 자신의 안락과 쾌락에만 소비된다. 사회의 부조리와 약자들의 불행에는 무관심하다. 호크니는 자신의 자화상을 통해 속물적인 현대의 문화현상과 소시민들의 사회의식과 욕망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적인 일상을 매혹적인 삶의 큰 의미로 받아들이게 하는 현대의 소비문화에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도록 하였다. 영국에서 비롯된 이러한 비판적 팝아트는 이후 미국의 적극적인 수용과 상업적 대중문화로의 발전으로 이어져 현대미술의 또 다른 변화를 위한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곽영화 화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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