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내유보금 인센티브 발상 황당
경제활성화 위해 기업자산 손대기 전에
좀 더 과감하게 돌려줄 방법 궁리해야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우리가 남이가.” 정이 철철 넘치는 표현이다. 단결과 결속을 강화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날 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나 세상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은 딱 하나의 단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 단어는 ‘사적 재산권’이다.

경제 문제든 사회 문제든 복잡하게 꼬여서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가 고민되면 먼저 사적 재산권이 명확한지 그리고 사적 재산권을 모호하게 하는 것들이 없는지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오래된 표현인 ‘공공재의 비극’은 한 마디로 사적 재산권이 명확하지 않으면 낭비나 남획과 같은 현상이 불가피함을 지적한 말이다.

누구의 소유이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엄청난 낭비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그걸 누군가 세금과 같은 지불로서 메워야 한다. 자꾸 세금으로 메우다 보면 점점 비용은 눈덩어리처럼 커지다가 마침내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나라의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은 뭐든 자신의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전혀 딴판으로 세상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교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경제 활동이라면 특정 조치에 대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람들이 제각각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운 과제를 만난 사람들이라면 사람들의 패기를 살려주는 쪽으로 정책의 물꼬를 잡아야 한다. 가능한 겸손한 자세로 세상과 경제를 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낮은데로 임하소서”라는 옛말이 적합할 것이다. 그런데 일단 권력을 쥐게 되면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신임 경제부총리가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발상은 대단히 파격적이다. “기업들의 사내(社內)유보금이 시중에 흘러가게 하는 차원에서 기업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세(課稅)와 적적한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하겠다.”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나온 아이디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듣는 순간 내 입에서는 “그것은 당신 것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기업들이 뭐하는 조직인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열일을 마다하고 그 돈을 위해 뛰는 조직이 아닌가? 그렇다면 돈벌이 기회가 왜 자꾸 생겨나지 않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냥 웃고 넘어가고 말기에는 앞으로 어떤 정책이 나올 수 있는가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움켜 쥐고 있는 것들을 자꾸 풀도록 해야 한다. 원래 경제 주체들이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할 것을 돌려주는 쪽에 비중을 두면 경제하는 심리가 되살아 나게 되고 정부가 나서서 인센티브 운운 하지 않더라도 기업이든 사람이든 돈벌이를 위해 나서게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실상 세상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제 주체를 제외한 환경은 매우 더디게 변화하고 있다. 그것도 마지 못해서 얼어붙은 눈길에 오줌발 정도일 뿐이다. 이렇게 해선 안된다. 경제 활성화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권하고 싶은 조언은 명확하다. 원래 주인에게 자꾸 돌려주도록 하라. 그것도 좀더 과감하게 돌려주도록 하라. 그것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근본적인 해법이다. 자꾸 미봉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게 효과가 날리도 없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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