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 교수 화학과

우리 연구실에서 냄새에 관한 연구를 한지 벌써 20년이다. 그간 여학생을 두 명 배출하였는데, 이제는 중견 과학자가 되었다. 한 사람은 향을 연구하는 학자, 또 한 사람은 악취를 연구하는 학자가 됐다. 향과 악취는 연구방법이 매우 비슷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물질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부탄올(butanol)이라는 물질은 서양에서는 악취를 평가하는 사람의 후각 성능을 판정하기 위해 적당히 물로 묽혀 사용되는 악취 물질이지만,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에도 매우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향의 역할을 하기 위해 첨가되는 물질이다.

향과 악취를 비교해보자. 향은 맡지 않더라도 생활하는데 별 지장 없지만, 맡고 싶다면 노력을 하거나 돈을 들여야 한다. 대체로 꽃이나 나무에서 발생되는 것이 많고 비교적 높은 농도 즉, 공기 중에 많은 양이 뿌려져야 인간이 느낄 수 있다. 반면, 악취는 우리 주변을 관리하지 않거나 약해지면 저절로 맡게 되는 냄새이다. 주로 미생물의 번식이나 물질이 타면서 발생되는 냄새이다. 따라서 썩은 냄새 속에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있을 수 있고 또한 탄 냄새 속에는 벤젠과 같은 발암성 물질도 포함될 수 있다.

여러 냄새 성분 중 인간에게서 특별히 예민한 냄새는 미생물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성분이다. 즉, 생명체가 죽게 되면, 이는 유기화합물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며, 당연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이 때 유기화합물이 분해하면서 내놓은 휘발성 성분이 악취다. 따라서 악취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명체가 죽지 않도록 관리를 해야 하며, 죽은 생명체는 미생물이 증식하기 전에 분리를 하여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

미생물의 배설물 악취 특징은 인간이 만든 유기용제나 플라스틱의 냄새에 비해 훨씬 적은 양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선 비린내인 트리메틸아민(Trimethyl amine)이라는 물질은 페인트에 사용되는 시너 성분인 톨루엔(Toluene)에 비해 10만 배 더 냄새가 난다. 곰팡이 냄새의 원인인 지오스민(Geosmine)은 톨루엔의 백만 배 더 냄새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톨루엔 1드럼을 뿌리면 주변의 목격자 정도만 느끼지만, 같은 양의 트리메틸아민이나 지오스민을 뿌리면 아마도 지역 주민 모두가 비린내 혹은 곰팡이 냄새를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양성봉 울산대 교수 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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