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과

‘에스터’(ester)란 산(acid)과 알코올(alcohol)을 합쳐서 물을 빼낸 화합물을 말하며, ‘에스테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에스터 화합물로, 알코올의 한 종류인 글리세린(glycerin)에 질산(nitric acid)을 섞고 물을 빼내면 만들어지는,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이 있다. 이 물질은 화약 냄새가 나고 흙(규조토)에 혼합하여 막대 모양으로 만들면 다이나마이트(dynamite)가 된다. 특히 유기산(carboxylic acid)과 알코올을 합쳐 물을 빼내어 만든 에스터는 과일 향이 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향이 나는 에스터의 대표적인 것으로 사과 향이 나는 n-부틸아세테이트(n-butyl acetate)와 바나나향이 나는 이소아밀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가 있다. 이소아밀아세테이트는 꿀벌의 경계 페로몬(alarm pheromone)으로 알려진 물질로 벌이 이 냄새를 맡으면 화가 나서 침을 꺼내어 냄새가 나는 쪽으로 쫓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에스터는 산과 알코올을 함께 넣어 반응시켜 물을 빼내야 만들어지는데, 물을 빼내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다. 즉, 실험실에서는 열을 가해 우러나오는 물을 증류에 의해 빼내거나 알코올을 다량으로 넣어 만들어지는 에스터를 증류에 의해 빼내는 것이 실험실에서의 방법이다. 거꾸로 에스터에 물을 넣어 방치하면 점점 에스터는 물을 받아들어 유기산과 알코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에스터는 공기 중에 방치만하더라도 물을 흡수하여 악취가 나는 유기산과 알코올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과일에서 물만 빼내면 과일의 향기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과일을 잘 건조시키면 과일의 냄새를 상당히 오래 유지시킬 수 있고, 나아가 과일의 향을 가열하여 받아내면 향료의 원료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낸 향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다시 산소와 반응하여 점차 역겨운 냄새가 나는 물질로 변하는데, 예를 들어 술 속에 들어 있는 에탄올은 몸 속에서 산화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더 산화되면 아세트산 즉, 초산이 되는 현상이다. 이는 막걸리를 계속 발효시키는 신 내가 나는 원리인 것이다. 결국 좋은 냄새는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만들어지지도 않고 유지시킬 수 없는 것이다.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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