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영신 유니스트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은 심리테스트에 나오는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보통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주관적인 것이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물어보는 ‘좋아하는 색’이 ‘분홍색이 좋아, 하늘색이 좋아?’할 때와 같은 추상적인 색이 아니라 예뻐 보이는 얼굴색, 맛있어 보이는 사과 색을 묻는 거라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좋아하는 얼굴색이나 사과 색은 놀랍게도 (혹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람들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얼굴색, 하늘색, 사과색과 같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늘 보고 있는 물체들의 경우에는 이 사물들의 색이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기억하게 되는데 이런 색을 ‘기억색’이라고 한다. 재미있게도 실제 색과 우리가 기억하는 색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많은 경우 색을 실제보다 더 진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가 어떤 익숙한 사물의 사진을 보았을 때 그 물건의 색이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기억색에 가까울 수록 선호도가 더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기억색과 선호색의 관계는 TV나 카메라와 같은 영상 장비들의 화질 향상 기술에 적용되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셀카’ 사진을 찍는다. 이때 ‘잘 나왔다’라는 판단 기준으로는 여러가지 미적 기준이 있지만 인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피부색’이다. 피부색은 기억색 중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색이다. 셀카를 찍을 때 우리는 카메라가 내가 기억하는 나의 실제 피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굳이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뽀샤시’ 효과를 통해 얼굴의 잡티가 표현되지 않고 더 밝고 화사해 보이기를 원한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예쁜 피부색이기 때문이고, 예뻐 보이는 이유는 밝고 매끈한 피부가 젊음과 건강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억색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색’과 ‘네가 좋아하는 색’이 그리 다르지 않다. 기억색에 대한 선호뿐 아니라 특정색을 봄으로써 느껴지는 감성에도 인류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색의 감성에 대한 연구는 ‘과학’이다.

곽영신 유니스트 디자인및인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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