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난 해소라는 본래의 목적 달성 실패
이웃 나눔정신 저해한다는 우려도 제기
거주자 우선주차제 부분 개선책 찾아야

▲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울산의 최대 사업장으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1월7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바꿨다. 종전 주·야간 교대근무와는 달리 1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까지, 2조가 이어 다음날 오전 12시20분까지 근무한 후 잔업 처리와 함께 오전 1시30분에 귀가한다. 중구와 남구가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도입하면서 시행시간을 당초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로 정한 것도 교대 근무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종전 주·야간 맞교대 체제에서는 1조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2조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야간 근무를 해 절반이 일반 직장처럼 정상적인 퇴근을 했다. 이 처럼 대기업 근무형태가 바뀌면서 현장직원들이 많이 사는 중·남구지역의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주차면을 배정받은 거주자가 우선주차제 시행시간에 이용하지 못하면서 빈 자리는 늘었지만 주차공간은 더 부족해지는 기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거주자 우선주차제 시행시간에 무경고 단속을 이어오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에 배정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행은 가뜩이나 극심한 주차난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주차제는 실제로 주차면적당 활용도를 상당부분 떨어뜨린다는 게 정설이다. 시행 이전에는 밀어내기 식으로 전체 라인이 계속 가득 차지만 거주자 우선주차의 경우 자리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구와 남구 상당수 이면도로의 우선주차 구획은 거주자들이 사실상 온종일 독점하고 있다. 배정 면에 견고한 주차금지 표지판을 갖다놓거나 서너 개 면에 화분을 가득 쌓아두기도 한다.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정해진 시간 외에도 다른 차량의 이용을 원천봉쇄하는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다. 울산 직장인 상당수는 이런 탓에 차량을 아예 회사 주차장에 세워놓은채 쉬는 날만 운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럴진대 우선주차 구획 신청을 하고도 탈락한 거주자들이 허구한 날 벌금폭탄을 맞을 운명이라니 될법한 말인가.

휴대전화가 일반화된 오늘날. 대부분은 차량 내부에 비상연락망을 남겨놓고 다닌다. 비어있는 구획에 거주자가 올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차량을 빼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 거주자가 구청에 신고할 경우 차량을 빼달라고 연락하거나 이에 응하지 않을때 단속을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비상연락망이 없거나 곧바로 오지 않았다며 언성 높이는 일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부정주차 때문에 구획을 배정받은 거주자가 주차를 못할 경우 2000원의 보상비를 지급해 민원을 해결하는 해프닝도 생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벼룩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니될 것이다. 거주자 우선주차제 도입 당시 주차난 해소가 첫 번째 목표였지만 더 악화됐다면 이젠 부분적이나마 해소책을 찾아야 한다.

이 제도가 도입된 명분도 두 가지로 명확하다. 주택가의 심각한 주차난 해소와 주차공간 선점을 위한 이웃간 주차분쟁 해소였다. 게다가 단속요원이 매일 같은 구역을 반복해서 단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터. 이를 볼때 거주자가 이용하지 않아 비어있는 구획에 차량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통보없이 단속해 벌금을 물리는 것은 쉬이 납득이 안 된다. 벌금을 무기로 시민들을 길들이려는 방편일수도 있고 서로 배려하는 나눔정신을 저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환경이 변하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 좋은 정책이다.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