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관 주도 축제 예산낭비 지적
2010년 축제 통·폐합 시도 실패로 끝나
축제정비 시사한 김 시장 추진력 기대

▲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울산 태화강에서 이뤄지고 있는 축제의 통합운영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성룡 울산시의원이 2015년도 당초예산 및 2014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예비심사에서 통합운영을 울산시에 주문한 것이다. 연등축제, 대숲 납량축제 등 태화강을 무대로 열리고 있는 축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난달 10일 박동구 울주군의원도 서면질의를 통해 “붕어빵식 축제를 지양하고 자생력 강화를 위해 민간주도형 축제에 지원되는 낭비성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0년 전임 시장도 축제 통·폐합에 나선 적이 있다. 하지만 울산시의 태화강 물축제와 남구청의 고래축제를 통합해 2011년부터 물축제가 고래축제에 포함됐을 뿐이었다. 형식과 관람객 부풀리기에 치우친 축제를 대수술해야 하다는 지적속에 달라진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울산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울산의 축제와 행사가 1995년 단체장 직선제 실시 이전 7건에서 2012년에는 62건으로 거의 9배 늘어났다. 특히 지방선거 직전 해인 2005년 6건, 2009년 9개 등 축제와 행사가 새로 만들어졌다. 지역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정책이 후순위로 밀려왔다는 세간의 지적을 반증하기도 한다.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우선 울주군은 지방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행사와 축제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개정안이 내년부터 적용돼 축제·행사성 경비와 민간 보조금 총액 한도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총액 한도제는 전년도 축제 예산 편성액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의 예산 증감율 내에서 행사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차기 선거를 겨냥해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거나 전시성 축제를 열어온 단체장에게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무분별한 예산 증가나 지원이 줄어들게 돼 일부 소규모 축제를 중심으로 통폐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재정 영향평가제가 지방행정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기는 한다. 하지만 시민혈세가 소외받아온 서민들에게 이제는 제대로 쓰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축제는 많은 주민을 상대로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다. 단체장 입장에서 문화향수권을 확대한다는 명분과 함께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으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격이다. 그렇지만 이는 곧 질 낮은 프로그램 남발과 구태의연한 관 주도 축제가 난립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자체들이 차별화되지 않은 행사를 경쟁적으로 열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이후 축제가 남발되는 현상을 부추겼다. 누구의 의중일까.

김종경 전 울산예총 회장은 시민단체 ‘늘 울산을 생각하는 사람들-미래울산’이 최근 마련한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울산시는 옹기엑스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체 평가하면서도 더 이상 개최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폈다. 경쟁력을 갖췄다면 당연히 미흡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여 계속 개최하는 것이 정상인데도 열지 않겠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10월 열린 울산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겨냥한 말이었다. 그는 “단발성 엑스포에 500억~700억원을 들였을 것”이라며 “문화정책의 중대 실책이자 전형적인 세금낭비성 졸속행사였지만, 누구도 시민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지난 9월말 축제 정비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용두사미에 그친 2010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실현될지 주목된다.

박철종 뉴미디어부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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