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초량왜관의 관수로 감당하기에는 둘 다 어려운 과업이었다.

일본의 최고 권력자 도쿠가와와 담판을 하고 합법적으로 조선으로 귀국하는 자를 국법을 어긴 자로 보고하고, 그 서계까지 빼앗으라는 것은 무리한 불법 요구였다. 하지만 초량왜관의 관수는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대마도주의 명령도 지키지 않으면 목이 달아나는 판에 일본의 권력을 한 손에 쥔 에도의 장군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하달 받은 것이다. 섣불리 대응했다간 뼈도 제대로 못 추릴 수 있다.

초량왜관의 관수는 두 사람이 조선에 오기 전에 먼저 동래부사에게 보고했다.

“에도 막부로부터 방금 전갈을 받았습니다. 조선의 방금(防禁)을 어기고 죽도에 난입했던 조선인 둘을 체포해 에도 차사(差使)가 대마도에서 데려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일본 막부에서 조사한 결과, 이 둘은 울산사람 박어둔과 동래사람 안용복으로 모두 국법을 어기고 해적이 된 자들입니다. 조선으로 인도하는 즉시 처벌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보고서는 두둑한 뇌물과 함께 전달되었다.

동래부사는 즉각 한양의 조정으로 장계를 올렸다. 조정에서 이 장계를 받아 사건을 안 것은 1693년 10월이었다.

좌의정 목래선이 왕에게 말했다.

“동래부사가 죽도에서 난입한 사람들을 차왜(差倭)가 올 때 데리고 온다는 뜻을 이미 왜관에 머물고 있는 왜인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오래지 않아 올 것이니 접위관을 미리 차출하여 기다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에 영의정 민암이 말했다.

“금번에 차왜가 오는 것은 반드시 그 섬에 대해 다투어 따지려고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니, 접위관을 각별히 골라 차출함이 어떻겠습니까?”

왕이 두 재상의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장계를 보건대, 반드시 울릉도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을 것이니, 접위관을 각별히 골라서 보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시 좌의정 목래선이 물었다.

“마마, 그런데 이 둘은 국법을 어긴 자들이온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방금을 어기고 울릉도에 나아갔으니 그 방금의 형률에 처함이 마땅하다.”

“대명률에 의하면 방금을 어긴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경상감영에서 취조를 한 뒤 서울로 압송하도록 하여라.”

“알겠사옵니다.”

박어둔과 안용복은 초량왜관에 도착하자마자 관수가로 초대되었다.

“원로에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소.”

관수는 박어둔과 안용복에게 깎듯이 예를 갖추고 정중히 맞이하였다.

“따뜻하게 맞아주니 고맙소이다.”

“특별히 술상을 준비했으니 뒤로 가시지요.”

관수가 초대한 것은 동래부사를 맞는 연향대청이었다. 초량왜관에는 엄격히 여자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곳은 기생과 관비가 시중을 들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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