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그림 박상호

서울왜관인 동평관의 감호관 다이라 지로(平 次郞)가 대조전으로 장희빈을 찾을 때는 이미 장희빈이 아니라 중궁전(왕비)이었다.

숙종은 대조전에서 한창 장희빈과 한낮의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아들을 원자(경종)로 책봉하고 중전에 올라 인생의 정점에 선 장희빈이 요즘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일생일대의 강적 최숙빈을 만나 건곤일척의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무수리 최숙빈(영조의 어머니)이 숙종을 유혹하여 건장한 아들을 연달아 둘씩이나 낳아 원자의 보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숙빈 뒤에는 기사환국으로 송시열을 비롯해 100명의 목이 달아난 서인들이 호시탐탐 당권회복을 노리고 있었다.

숙종은 요즘 들어 장희빈에 대한 감정이 차츰 시들해가고 있었다. 숙빈 최씨와 새로운 사랑에 빠진데다 폐비 인현왕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런 왕의 감정을 감지한 장희빈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숙종을 왕비의 침전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장기인 합궁으로 왕의 총애를 붙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의 궁녀와 쉬임없이 정사를 나눈 정력절륜의 숙종도 정사를 벌이기엔 장희빈 만큼 좋은 여자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인물은 양귀비를 능가하는 천하절색에다 방중술은 소녀경과 옥방비결 등에서 삼백 비법을 터득한 달인이었고, 특히 교접을 할 때 꾀꼬리 같은 감창을 질러 귀를 만족시켰다.

숙종이 장옥정을 돌려세우고 뒤의 옥문에 골붉은 근을 붙였다.

“아아아아.”

장희빈이 끝도 없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옥문을 죄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과연 미색이로다.”

숙종은 최숙빈을 질투하는 장희빈에 대해 미운 감정이 치솟다가도 합궁을 하게 되면 그런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지금 서인들은 천출 장희빈과 남인을 내치라고 죽기 살기로 연명상소를 하고 있었다. 숙종으로서는 결단의 순간을 조금씩 미뤄오고 있지만 언젠가는 결단해야 할 날이 오리라 느끼고 있었다.

본명이 장옥정인 장희빈은 열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난 뒤 남자들의 손을 두루 거치며 자라났다. 그녀를 최초로 범한 자는 그녀의 당숙 장현이었다. 장현은 중인인 역관 출신으로 일본의 통신사와 중국의 연행사를 따라다니며 무역을 해 거만의 부를 이룩했다. 어려서부터 빼어난 자태와 색기가 넘쳐흐르는 그녀의 모습을 눈 여겨 보았던 당숙은 아버지가 죽자 그녀의 후견인으로 자처해 이제 막 봉오리를 맺은 그녀의 몸을 탐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여자로 다듬은 사람은 어머니의 정부인 조사석이었다. 조사석은 어린 의붓딸 장옥정에게 시서화와 무용과 방중술을 가르쳐 요화로 키워나갔다. 그녀 정도의 미색이라면 궁중에서도 통할 것이라 내다보았던 조사석은 종친인 동평군 항에게 자신의 의붓딸을 소개시켰다. 동평군은 다시 한번 소녀경 황재내경 옥방비결 등 궁중의 방중술로 그녀를 다듬은 뒤 궁궐 속으로 집어넣었다.

장옥정이 혈기방자하고 정력절륜인 숙종을 육체의 덫으로 낚아 올리는 일은 고기를 낚는 일보다 쉬운 일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숙종의 마음을 얻는 또 하나의 장기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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