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 사망사고 책임자 한수원
사고경위·원인 관련 ‘모르쇠’로 일관
불안 증폭시키지 말고 안전관리 만전을

▲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서 지난달 26일 현대건설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숨졌다는 소식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대지진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수소 폭발을 떠올린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신고리원전 3호기 보조건물 지하에서 신규 케이블 관통부 밀폐작업 과정에서 질소가스가 함께 새어나오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밸브룸의 질소 배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왔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산소농도 부족으로 질식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점검 근로자들의 집단 사망사건은 신고리 3호기의 불안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리 1·2호기 같은 노후 원전이 아니라, 완공률 99.9%로 가동을 코앞에 둔 새 원전에서 빚어진 대형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그 며칠 전부터 원전자료 유출사건으로 불거진 해킹으로 난리법석을 떨던 중 엉뚱한데서 사고가 일어났다.

시공사와 한수원 측이 늑장대응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수원은 그들이 왜 그곳에 갔는지 조차 ‘모른다’고 하고, 사고가 난 밸브룸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어떻게 위배되는지도 몰랐다니 의아하다. 사고 발생 후 최소 ‘7시간의 인지불능’ 상태는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원전 사고가 나고도 남을 시간이다. 사망자 발생 시각이 9시51분과 10시17분 무렵이었는데도 한수원이 이 사건을 인지한 것은 오후 5시 이후였다.

신고리 3호기는 당초 지난해 9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2013년 원전 케이블을 공급업체의 시험성적서 위조 사실이 드러나면서 1년간 케이블 교체작업을 거치면서 올해 5월로 미뤄졌다. 또 이번 사고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이 신고리원전 3·4호기에 대해 공사 작업중지와 안전진단 명령에 이어 지난 31일 보건진단 명령이 내려졌다. 안전·보건 진단이 빠르면 1~2주, 늦으면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가동이 더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고를 낸 밸브가 납품비리 업체 제품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새로운 의혹이 불거졌다. 신고리 3호기에 질소가스 밸브를 납품한 회사가 이전에 제품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전력이 있는 업체였다는 것이다. 경찰도 밸브 불량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수원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경위, 원인을 그저 ‘모른다’는 말 밖에 못하고 있어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책임자일진대,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어떤 존재인가 의구심이 들게 했다. 원전의 현장안전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 것인가.

사고가 생겼을 때 왜곡하거나 축소해온 모습은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두려움을 증푹시킬 뿐이다.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책임자인 한수원이 보여준 태도는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한다. 한수원은 원전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과 국민에 대한 정보제공 마저 멜팅다운(melting down) 되어서는 안된다.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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