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고 비판하는 것이 발전의 시작점
자유롭게 의심하고 반증하는 ‘3通’으로
초이성적 통찰력 발휘해 세상 변화시키길

▲ 노익희 BUK교육원장

90이 되신 노모가 영하 7도의 이른 아침에 전화를 하셨다. “막내야, 추우니 목도리 꼭 하고 장갑 꼭 끼고 다녀라. 양말도 하나 더 신고.” 겨울에는 삼목(목, 손목, 발목)을 따뜻하게 해야 건강하다는 옛말 그대로다. 말씀대로 세 곳을 따스하게 하고 집을 나서니 춥기는 커녕 찬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존경받는 한 선배가 새해가 왔다고 지인들을 식사초대해 가보니 제법 유명한 오리고기집이었다. 오리불고기와 오리탕을 먹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사람들이 더 따뜻해졌다. 지인들에게 삼목을 따뜻하게 해 주려던 배려가 느껴졌다.

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모임의 회장은 1년 동안 건배를 할 때마다 삼통을 외쳤다. 투박한 말투와 어눌한 표정으로 선창하는 그 뜻은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이란다. 서로 잘 통하면 운도 좋아지고 일도 잘 풀린다는 해설에 웃음이 지어진다. 삼통(三通)은 따분하지만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중국의 삼통은 통전, 통지, 통고로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우리의 정조실록에는 삼통의 책을 편찬해서 과오를 없애고 육전에 힘써 기강을 바로 잡았다고 쓰여 있다.

지도자들이 잘 인용하는 삼통은 통솔력, 통합력, 통찰력으로 요즘 리더십의 중요덕목으로 쓰여지곤 한다. 아마 솔선수범하고 쌍방향으로 일컫는 통섭의 리더십과 세상의 이치를 꿰뚫고 균형을 유지하자는 리더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솔선수범하고 균형을 잡고 세상을 통찰하는 삼통을 위해서 “리더(Leader)는 리더(Reader)여야 한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책을 읽고 자기 성찰을 꾸준히 하고 비판적 성찰을 한 후에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고도 대가를 바라지 않으며 비난을 무릅쓰고라도 먼 미래를 바라보는 리더들이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마저 붕괴되었다고 한다. 울산도 타격을 받아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혹자들은 세계 경제는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경제도 어두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올 한해를 헤쳐 나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생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던 칼 포퍼가 세상에 대해 조언한 것이 바로 이런 의심과 반증이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의심되어야 하고, 100% 진실인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것을 예측이라는 선진적인 방향의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비교하고 비판하고 의심하는 것이야 말로 발전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유하고 예측한 후에는 통찰력으로 길을 결정해야 한다.

WBA 헤비급 세계챔피언이었던 마이크 타이슨의 코치 커스 다마토의 묘비명에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내게로 왔다. 내가 그 불씨에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해 아름다운 불꽃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누군가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위대한 힘이 아니겠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주었던 다마토의 통찰력의 진가는 바로 이런 것이다. 단순한 시각에서 나온 판단이 어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 올 한해는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년에서 평화와 안식을 원하는 노년에까지 사유와 비판을 통한 예측과 추진력이 필요할 따름이다. 새해에는 리더들을 포함한 모두가 초이성적인 통찰력을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면서 가슴깊이 용융된 마그마(magma)를 끄집어내길 진심으로 바란다. 자유롭게 의심과 반증을 하는 인문적인 3통(통솔력, 통찰력, 통합력)으로 내 어머니가 조심하라던 3목(목, 손목, 발목)이 따뜻해 추운 겨울을 잘 이겨 나가도록 말이다. 노익희 BUK교육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