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불통지역 수두룩
안전사고시 신고 못할 수도
기지국 증설 등 대책 서둘러야

▲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울산은 산악인들의 천국이다. 특히 영남알프스는 신불산, 가지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 9개가 이어진 새로운 관광 보고(寶庫)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남알프스 세계화를 꾀하며 ‘세계 알프스 산악관광 도시협의회’가 울산서 열렸고, 올 10월에는 ‘UNWTO(유엔 세계관광기구) 세계 산악관광회의’가 울산서 개최될 예정이다. 산을 즐겨찾는 많은 시민들은 이를 통해 울산이 산악관광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필자도 영남알프스를 자주 찾는다. 주말이면 거의 어느 산자락이나 계곡에서 휴식을 즐긴다. 외지인들에게 자주 권유도 하고 동행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남알프스 일대를 헤집다보면 뭔가 모를 부족함이 느껴진다. 산악사고를 당하면 제대로 구조나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소방서가 관리하는 산악위치 표지판과 구급함이 곳곳에 있지만 미덥지가 않다. 일반전화가 아예 터지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의 등산로 위치표지판은 가지산(21개), 신불산(28개), 간월산(9개), 재약산(3개) 등 4개 산에 61개가 설치돼 있다. 응급처치가 가능한 의약품들도 가지산(11곳), 신불산(8개), 간월산(6개), 재약산(2개) 등 27곳 구급함에 비치돼 있다. 이러한 시설물 설치에도 불구하고 산악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중부소방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영남알프스 울산 관할지역에서만 산악사고 150건이 접수돼 155명이 구조됐다. 개인(급성·만성) 질환 15건 13명, 실족·추락 34건 33명, 일반조난 55건, 75명 등이었다. 일반조난은 길을 잃었거나 다쳐서 구조를 요청한 경우로, 건수는 전체의 3분의 1이 넘고 인원은 절반에 육박했다. 일반조난 통계는 본인이건 다른 사람이건 119와 전화가 연결된 덕분에 구조가 된 사례다.

영남알프스는 이처럼 해마다 200만~300만명이 찾지만 IT강국 속의 통신오지다. 로프가 낡아 위험하면 철거하듯, 전화 연결이 안되면 기지국을 늘려야 한다. 한쪽은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뛰어다니는데, 황금알을 줍는 통신업체들은 안전대책 마련에 뒷짐져도 되는건지 궁금하다. 세계 1위 통신대국에서 와이파이(Wi-Fi)는커녕 단순 음성통화나 문자서비스 조차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모순된 장면인가.

때마침 주요 국가기반시설 안전대진단이 실시된다. 울산시는 국민안전처가 이달 중순께부터 4월말까지 실시하는 안전대진단 계획에 따라 에너지와 산업, 취약계층, 다중이용시설, 건축물, 교통, 보건·위생 등 12개 분야의 안전대진단을 벌인다. 차제에 산악 통신망을 재점검하고 안전사고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영남알프스를 비롯한 등산로는 국민 대다수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다중이용공간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지점번호 설치계획을 완료했거나 진행중이다. 119산악위치표지판에 국가지점번호 측량 결과 번호를 부여함으로써 전국 공통의 일원화 된 위치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산악사고는 물론 성범죄 발생시 신고자가 이 고유번호로 정확히 신고할 수 있어 신속한 현장출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통신망 확충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혈세 낭비만 부를 것은 뻔하다.

일몰 이후 길을 잃었을 경우 사고를 당하고도 전화연결이 안돼 구조요청을 못할 등산객들을 생각하라. 차라리 산악위치표지판과 구급함 자리에 비상전화도 설치하고 휴대용 후레쉬를 추가 비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터널 안이나 자동차 전용도로 비상전화도 장식품이 아니지 않는가.

박철종 뉴미디어부장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