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

후각에 관한 산업으로는 식품·음료, 화장품, 향료 등 많은 분야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품이나 음료에 사용되는 향료(flavor)에 대해서는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은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사실은 식품이나 음료에 사용되는 맛으로 생각하게 되는 부분도 대개는 향인 것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코를 막고 먹게 되면, 음식이나 약 냄새를 알 수 없는 경우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또한 따뜻한 음식이 맛이 좋은 것은 냄새성분이 더 많이 휘발되어 코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향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을 조향사라고 한다. 조향사는 식품의 향을 만드는 플레이버리스트(flavorist)와 향수를 조제하는 퍼퓨머(perfumer)가 있다. 둘 다 향을 전공한다고 하나 향을 공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퍼퓨머보다는 플레이버리스트가 된다. 향수를 만드는 사람의 수요는 매우 적고 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에 영향을 주는 향도 기본은 향을 조제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의 향과 맛에 대해 민감하다. 필자는 와인의 좋고 나쁨은 맛보다 향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와인의 향을 나쁘게 하는 코르크 부패취(cork taint)는 트리클로로아니졸(trichloroanisol, TCA)라고 불리는 물질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은 1ppt(1×10-12, 1 ppm의 1×10-6)의 양이 와인에 들어 있어도 와인 감별사는 맛이 아닌 후각으로 그 냄새를 느낀다고 한다. 결국 좋은 향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향수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이 향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화장품 회사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좋은 냄새를 만드는 기술은 향수나 화장품 뿐 아니라 음식, 음료, 실내공간, 샴푸나 비누와 같은 생활제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이들 냄새에는 대개가 심오한 노하우(know-how)가 들어 있는 화학의 한 분야라고 생각이 된다.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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