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세대들의 기업혼 서린 울산
성장 에너지 소진하고 위기에 직면
시련 극복할 도전적인 기업인 필요

▲ 김창식 뉴미디어부장

‘부자도시’ 울산은 광복 이후 창업 1세대 기업인들이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창업주들의 ‘기업 혼’을 간직한 도시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삼성 이병철, SK 최종건·최종현, LG 구인회, 롯데 신격호, 한화 김종희, 금호그룹의 박인천 회장 등등. 이들 창업주들은 일제 강점기 기업을 일으키거나 광복 이후 창업해 무수한 시련과 고난을 딛고 오늘날 세계 속의 기업을 키워냈다.

현대가의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현대하이스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삼성가의 삼성SDI·삼성정밀화학, SK가의 SK이노베이션·SK케미칼·SKC, LG가의 LG생활건강·하우시스, 한화의 한화케미칼, 금호가의 금호석유화학 등이 바로 창업주의 ‘기업혼’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유산들이다. 그들의 존귀한 희생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울산이 누리는 행복과 부는 존재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들 창업주들이 기반을 다지고 초석을 쌓아놓은 울산은 지난 50년 고도성장의 에너지를 소진한 채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반세기 울산의 주요 먹거리였던 자동차·정유화학·조선산업은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면서 되레 울산의 성장을 가로막는 ‘함정’으로 부메랑이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IMF 외환위기 조차 가볍게(?) 넘겼던 울산 기업들의 부침은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격렬해지고 있다. 알짜 향토기업이었던 케이피케미칼, 성진지오텍, 신한기계, 한텍, DKT 등은 피인수·합병의 길을 걷었다.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의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연유로 부자도시 울산의 기업들은 요즘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1983년 일본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면서 ‘구조조정’의 격량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는 현대제철로의 흡수합병이 추진 중이다. 울산의 입장에선 대기업 가운데 몇 안되는 울산 기반의 본사기업을 또다시 잃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이유로 피인수·합병되는 울산지역 기업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간 ‘빅딜’로 울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삼성종합화학은 한화케미칼에 매각돼 곧 본사가 사라진다. ‘유동성 위기’로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동부그룹의 흔적도 조만간 울산에서 사리질 상황에 놓였다.

최근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 그룹 또한 울산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2010년 향토기업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2013년 포스코플랜텍과 합병, 본사를 포항으로 옮겨간데 이어 이번에는 삼창기업의 원전분야를 인수해 설립한 포뉴텍 본사 이전 절차도 진행중이다.

창업 1세대들이 격동의 시기 끈임없는 도전과 응전, 실패와 시련의 가시밭길을 헤치며 이룩한 산업도시 울산의 상처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울산이 위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려면 제2의 정주영·이병철 같은 위대한 기업인(지도자)이 필요하다. 성장의 에너지를 소진한 울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진취적인 기상과 창조적인 도전정신’이다. 오는 11월이면 아산 정주영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창업 1세대 기업인들이 쌓아올린 공든탑이 더 무너지기 전에 울산의 ‘기업 혼’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창식 뉴미디어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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