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유정 삼호중학교 교사

2015학년도 새 학기, 바로 수업을 시작하기엔 야박한 첫 시간, 서로가 어색한 그때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며칠 동안 고민하다 연애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사랑의 경험 유무와 성별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초롱한 10대의 풋풋한 모습으로 이야기에 빠져든다. 해가 갈수록 연애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아니 어쩌면 과거에 비해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그 수가 늘었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이들의 연애를 어른들은 보통 응원하기 힘들다. 공부에 집중해야하는 나이니까, 아직 사랑을 하기엔 어리니까, 만나는 상대가 어떤 아이인 줄 알 수 없으니까. 성관계까지 하게 되면 어쩌나 등을 걱정하며 그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아이들의 사랑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사랑을 하고 있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통제만 해야 하는 건지 가끔 아이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그만 둘 수 있는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 아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 오롯이 한 사람에게 끌리는 불가항력의 우주 에너지가 발산되고 있는데 그걸 어찌 숨기고 참을 수 있단 말 인가. 10대들의 사랑은 짧고 청량하며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시작하는 외롭고 연약한 투사들의 달콤한 비타민이 되어준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받는 뜨거운 관심과 애정은 나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그로인해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는, 자존영양제인 셈이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는 만남단계에서 아이들이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남녀의 차이를 아는 것, 왜곡되고 오해하고 있었던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관계학적인 부분을 바르게 인식해 우리가 걱정하는 이른 성관계를 본인들이 스스로 유예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인정받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개인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이들은 따분해하지 않는다. 왜 시간에 맞게 귀가해야 하는지, 더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의 행동이 나의 사랑을 대변하며,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혼자일 때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연애를 시작한 아들이 형편없이 행동하면 원망의 표적이 되는 것은 아들보다 아들의 여자 친구 라는 걸 말하자. 아이들은 단번에 알아듣는다. 표면으로 끄집어내어 모두 이야기해야 한다. 간곡하게 말이다.

사랑을 해봤다면 이별을 경험했다면 아마도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은 ‘행동을 하지 않음’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더해간다. 나를 모두 잊게 만드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감겨 상대를 바로 볼 수 없을 지경이 되기 전에 잠시 상대를 지켜 볼 줄 아는 신중함을 가르치자.

사랑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막강한 추억이다. 우리도 모르게 그가 좋아하던 행동이 강화되고 말투를 흉내 내며, 그가 좋아했던 음식을 먹고 있다. 지금 존재하는 나는 나 혼자 만들어낸 모습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받고 내 안에 담고 덜어내며 나를 완성한다. 청소년들의 사랑을 쓸데없는 짓이라 생각한다면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좋은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지,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지 말한다. 꿈꾸는 듯 사랑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 시간 만에 꽤 친해졌다. 우린 어색하게 만나 따뜻하게 헤어지고 다음 시간을 기다린다. 이렇게 2015년 새학기를 출발했다.

배유정 삼호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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