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

‘이취미 연구회’란 식품을 비롯해 종이, 플라스틱, 천, 가전제품 등 우리가 만든 물건 중에서 평소와 다른 이상한 냄새가 날 경우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없으며, 일본이나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이다. 일본의 경우 ‘Off-Flavor 연구회’라고 해서 1년에 두차례 모임을 가지며, 주로 식품관련 냄새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필자도 가끔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가 소비자보호원 등 국가기관에 음식의 냄새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경우, 일부는 과거의 경험이나 간단한 분석에 의해 밝혀낼 수 있지만, 간혹 냄새의 원인이나 원인성분이 무엇인지 가리기가 쉽지 않을 때 이 연구회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원인규명을 하기도 한다.

식품의 부패를 사람의 코나 눈으로만 판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 혹은 자재 창고에서 발생하는 부패에 대해서는 포장지나 실내 벽면에 붙여 놓은 라벨(표지)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특정 화합물에 대해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색깔을 나타내는 라벨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포장지나 실내벽면에 붙여 놓으면 라벨의 변색 여부로 세균의 증식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즉, 냄새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지역 사회의 악취를 수시로 확인할 있도록 냄새센서를 악취 민원이 많은 주거지나 공장인근에 설치하고 있다. 특히 부산의 사하구는 주거지에 24개의 냄새센서를 설치하고 뒤이어 악취가 나는 공장이 스스로 같은 수만큼 센서를 설치, 모든 센서의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구청에 가만히 앉아 악취발생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지자체는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화재가 발생할 때 초기에는 타는 냄새가 난다는 점에 착안해 일본에서는 목조문화재에 타는 냄새가 나면 경고음이 울리는 화재경보기를 달아두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간장 공장에서 냄새의 질로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냄새분석기를 사용한지 오래이며, 가짜 핸드백도 가죽 냄새로 가리는 시대가 됐다고 한다. 바야흐로 냄새 산업도 첨단이 되어가는 시대다.

양성봉 울산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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