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유정 삼호중학교 교사

지난 2월 충북대 학생들과 ‘이별’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함께 한 대학생들은 모 기업에서 진행한 공모전에 성교육을 주제로 한 기획안을 출품, 독일 현지의 성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온 ‘성지순례’ 팀원들 이었다. 우리 현실에 맞게 개발한 수업모형을 우리학교 학생들과 시범 수업하게 되었다. 한 반을 세 모둠으로 나눠 각각의 이별 상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 걸음 뒤에서 토론을 지켜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아이, 자신의 지난 이별을 회상하는 아이, 이별의 순간을 상상하는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이별의 상황이 두렵긴 하지만 제대로 잘 이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잠수이별, 만남이별, 카○이별, 이 세 가지 유형의 이별에 대한 의견을 모으면서 이별 순간까지 존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꺼내 보였다. 아직 마음이 남아있는 한 사람에게 잠수이별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될 것인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지난 자신의 이별을 반성하기도 했다. 거절의 표현이 어색하고 힘들어 그냥 연락을 끊고 상대가 단념하길 무작정 기다리거나 간단한 메시지로 내 의사만 건낸 뒤 설명을 요구하는 상대를 ‘집요하다’ ‘찌질하다’ 취급하며 쿨하게 받아들이길 바랐던 것이 사실은 얼마나 무례했던 것인지 깨달았다.

언제부터인지 빠르게 늘고 있는 ‘이별범죄’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다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숨까지 빼앗는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별 범죄의 원인으로 어려서부터 거부와 거절의 경험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가 상대의 거부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원하는 것을 쉽게 소유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별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로 쉽게 전이된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일까. 어느새 우리 시대의 사랑은 놀이처럼 가벼워졌고, 사람을 대하는 관계 속의 존중과 예의가 골이 따분한 것이 되어 버린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설레는 순간은 나를 기쁘게 하지만 이 감정이 떠나면 더 이상 의미 없는 관계에 단 하루, 한 시간의 여유도 내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별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현명한 헤어짐을 위해 우린 이별 앞에서 한때 사랑을 주고 받던 상대와의 마지막을 정성들여 준비해야 한다.

이별은 사람들이 붐비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다. 서로가 이성적일 수 있는 낮 시간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별에 대해선 단호해도 상대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말투와 태도도 중요하다. 상대에게 이별을 납득토록 하는 것, 사랑을 시작할 때 열렬히 나의 마음을 전했던 것만큼 진심을 담아 이별을 전해야 한다. 물론 가끔 데이트 중 언어나 신체적인 폭력 또는 금전적인 문제 등의 이유로 이별 자체가 두렵거나 힘든 경우가 있다. 그럴 땐 혼자 해결 하려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가족과 믿을 만한 친구들 또는 경찰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

이별은 새로운 기회와 경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숨이 막히듯 몸이 아파오고 내일이 없을 것 같은 불안감으로 다음날 눈을 뜨면 다시 눈물이 주루룩 흐르지만 시간은 나를 더욱 성숙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단지 시간이 지나 그 고통을 잊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하고 객관화 시켜 진실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또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랑에 빠진 지금의 상대를 좀 더 깊이 볼 수 있다. 비로소 이별을 통해 솔직한 나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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