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이화중학교 교사

어느 날 아침 자습시간이 끝난 후 틈새시간, 아이들이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해서 최근 유행하는 남자 가수그룹의 노래를 들려준 적이 있다. 노래는 내가 들어도 멜로디와 가사가 참 좋았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당장 끄라고 하며 그 음악이 좋아 따라 부르는 아이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왜 그런가 봤더니 노래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A오빠 그룹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B오빠 그룹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오빠가 잘 생겼고 노래를 잘 한다며 필통과 책 등 오빠의 사진을 붙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오빠들 사진을 도배해 놓았다. 난 그 분위기도 모르고 “나는 그 오빠들 보다 조용필 오빠가 더 좋더라!”고 말했다가 수백발의 눈총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조용필 오빠를 좋아하는 내가 객관적으로 A, B그룹의 가수들을 보면 모두 잘 생겼고 노래도 잘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만이 최고라고 하며 상대방 오빠는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어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다가도 우리 어른들 중에서도 어쩌면 이 아이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금 더 생각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가면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마치 좁쌀만 한 크기로 보인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던 별들은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리 작게 보이는 별이 우리 지구보다 크단다. 별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저 별에 사람이 산다면 내가 보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지구에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별들만 보일 뿐 별 속에 땅과 바다, 땅 위에 나라들, 나라들 안에 도시들, 도시들 안에 우리들은 아주 많이 생각해야 나오는 단계로 거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이미 별은 망원경의 렌즈를 지나가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의 서로 다른 생각은 지구와 멀리 떨어진 별에서는 생각도 하지 않는 일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소한 문제로 서로 아옹다옹하며 산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새로운 삶을 사시는 분들을 TV나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의 삶의 방식은 한 순간에 새롭게 바뀌어져 있다. 우리가 크고 작은 감정의 문제로 겪는 갈등의 일들은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웅다웅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보이겠지만 조금만 생각을 넓게 가지면 또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은 아주 단순한 것이다. 서로 함께 살아가는 것. 하지만 여기에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 내세우게 되면 서로의 삶은 힘들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서로 의지하며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나만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임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세상을 위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며 성장했으면 한다. 삶에 파묻혀 바쁘게 살아가지만 가끔은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길 바란다. 그렇게 성장해가면 언젠가 아이들도 선생님이 좋아하는 조용필을 이해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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