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청호 대현초등학교 교사

“3모둠이 안 보여요.” 그랬다.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떠났던 3모둠이 아직 도착 안했다. 나머지 4개 모둠은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의자에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속으로 걱정은 되었지만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해 온 ‘행복한 동행’의 교실 밖 결실이 잘 맺힐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3모둠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때 “저기 와요, 3모둠.” “왜 이리 늦었니?”라고 했지만 미션을 끝까지 수행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한 3모둠 아이들이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작년 한해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을 받아 펼쳐온 ‘행복한 동행’은 먼저 교실에서 각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기본 교육부터 시작되었다. 그 것을 바탕으로 ‘뮤지컬 보고! 어디든 찾아갈 수 있어요(이하 뮤어)’라는 교실 밖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뮤어’는 문화 공연 관람과 오리엔티어링이 통합된 1박 2일간의 프로그램으로, 문화 지수를 높이고 감성을 키우며, 서로 협력하여 스스로 미션을 해결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도록 해 자신감을 높이는 교실 밖 스마트 체험 활동이다. 뮤어에 참가한 아이들은 사전에 모둠별로 지도교사와 함께 저녁 늦도록 교실에 모여 오리엔티어링 계획을 철저하게 짰다. 모둠별로 아이들 스스로 미션 수행, 이동 방법과 경로를 결정해야하는 오리엔티어링이기에 사전 준비 과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이때 태블릿 PC와 네이버나 다음, 구글의 지도 앱과 버스·지하철의 출발, 도착 시각과 정류장, 역 정보를 알려주는 앱을 충분히 이용했다.

2절지에 펼쳐진 각 모둠의 사전 계획서에는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경유지와 소요 시간, 미션 수행 시간, 그리고 지하철역과 버스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치밀한 계획서대로 오리엔티어링을 실시한다면 미션을 수행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까지 제대로 들어올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드디어 뮤어를 떠나는 금요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하루 공부를 마치고 집에서 짐을 챙겨 제각기 약속 시간에 맞춰 모였다.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첫 날은 해가 지는 부산 동백섬 둘레길을 일주하고, 소극장에서 뮤지컬 관람이 예정돼 있었다. 비가 오는 동백섬을 우산을 받쳐 들고 걸어 피곤할 텐데도, 아이들은 뮤지컬 관람 전에 소극장에서 다음 날 있을 오리엔티어링을 점검하는 열성을 보였다. 둘째 날은 오리엔티어링의 날이었다. 5개 모둠은 5개의 다른 코스를 이동하면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점심 식사값과 교통비 정도의 활동비가 주어졌다. 각 코스별로 지도교사가 한명씩 붙었지만 지도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 외에, 아이들의 자율적인 오리엔티어링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출발지는 모두 부산 금련산역이었고, 도착지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이었다.

미션은 부산 문화 탐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미션 성공 사진과 내용은 즉시 뮤어 밴드에 탑재하게 했는데, 밴드의 내용들은 지도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까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격려의 댓글을 즉각 달아주어 마치 학부모들도 함께 오리엔티어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전 준비부터 태블릿 PC를 활용을 했고, 오리엔티어링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 역시 평소 공부했던 각종 앱들을 이용했으며, 미션 수행 과정과 결과물을 SNS에 탑재하는 등 21세기 스마트 세대다운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보여 주었다.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참된 보람을 느꼈다.

이청호 대현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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