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2동 은진헤어샵 이경희 대표

매월 첫째 월요일 미용봉사 활동

▲ 울산시 남구 신정2동에서 30년째 은진헤어샵을 운영하는 이경희씨는 홀몸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울산시 남구 신정2동에서 30년 넘게 ‘은진헤어샵’을 운영하는 이경희(여·58)씨는 이 동네 ‘터줏대감’이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미용실을 하다보니 앉아만 있어도 온 동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씨가 최근 관심을 갖는 소식은 홀로 살고 있는 노인들의 이야기다. 아픈 곳은 없는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자꾸만 묻게 된다. 매월 첫째주 월요일마다 혼자인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이씨는 ‘머리하는 날’만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힘을 내고 있다.

4일 오후 찾은 미용실. 의자 3개로 단출하지만 제법 손님들로 북적였다. 머리를 손질하는 손님은 2명이지만,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떠는 동네 주민은 3명이다. 손님보다 주민이 더 많은 ‘동네사랑방’인 것이다. 특히 매월 첫째주 월요일이 되면 미용실은 봉사활동의 장소로 바뀐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홀로 계신 노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있다”면서 “30년 동안 장사만 하다가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은 지난 2월 신정2동에서 결성된 안전모니터봉사단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씨의 미용실 ‘단골손님’이자 신정2동주민센터 행정도우미인 제선자(65)씨가 이씨에게 봉사단을 함께하자고 제안하면서 미용봉사 활동도 시작됐다.

제씨는 “이씨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노인분들이 이씨에게 머리 손질을 받고 참 좋아한다”면서 “전문적인 봉사활동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씨가 선뜻 나서서 봉사활동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의 솜씨는 신정2동 홀몸노인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이씨는 “미용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오전 장사를 접어야 하지만 노인분들이 다시 또 오겠다고 하고, 잘 깎인 머리모양을 마음에 들어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예전에 단골이었던 분을 홀몸노인으로 다시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잊을 수 없어 더 잘해드렸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할 때는 안전모니터봉사단원 4~5명도 미용실에서 와서 머리카락을 치워주거나 이씨의 보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 머리를 손질해주고 난 뒤에는 홀몸노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들의 외로움도 달래주고 있다.

이씨는 “이제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앞으로도 할 수 있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서 “우리 동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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