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롯데 투수 김태형씨 세종공업 1루수로 변신
직장인 야구대회서 후회없는 경기 펼치고 싶어

▲ 울산 대표로 전국 직장인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세종공업 야구팀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앞줄 오른쪽이 프로야구 선수 출신 김태형씨다.

직장인들의 야구 축제 ‘2015 KBO기 전국 직장인 야구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중 한명이 대회 시작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울산대표인 세종공업 팀의 1루를 지키는 김태형(43)씨. 평범한 40대 직장인으로 보이는 김태형씨는 사실 선수 출신이다. 그것도 프로선수로 이번 전국 직장인 야구대회 출전자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지난 199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김씨는 그해 11승7패3세이브 3.26의 방어율을 보였다. 현재 기준으로봐도 대단한 기록이었지만 당시에는 고졸 신인투수로는 역대 최다승 기록이었다. 이듬해는 롯데 우승을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해 이후 김씨의 성적은 내려가고 프로입단 후 6년만인 1997년께 홀연히 은퇴했다. 부상이 은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알려졌다.

그는 은퇴와 관련해 “운동을 그만 둘 시기에 어깨 부상이 심각했고 프로에 남을 실력도 되지 못했다”며 “결국 결과는 땀을 얼마나 흘리느냐,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렇게 프로 선수생활을 그만 둔 그는 다시는 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은퇴 2년뒤 중학시절 운동선배로부터 대뜸 연락이 왔고, 지금 세종공업에 입사해 야구를 다시 하게 됐다.

그에게 사회인 야구도 ‘야구’였다. 김씨는 “전문적으로 뛰느냐 비전문적으로 뛰느냐 문제지 어디에서 누구와 뛰는 것은 나에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구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야구는 삶의 일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요즘은 야구의 색다른 즐거움도 느낀다. 실수와 승패의 책임이 큰 프로와는 달리 사회인 야구에서는 작은 실책에도 격려하고 웃고, 야구 자체를 즐거워하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시절 다친 어깨때문에 투수가 아닌 내야 1루 수비와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또다른 재미란다.

김씨는 “선수출신이라 혜택을 본 부분도 많은데, 반대로 팀 동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하고 공유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이번대회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부상선수 없이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가 속한 세종공업은 오는 8일 오전 9시 서울 신월구장에서 강원지방경찰청과 개막경기를 갖는다.

김준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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