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불편하고 번거로울 수 있지만
생명을 지키고 기업을 발전시킬 수도
안전의 가치,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커

▲ 이영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먹을까? 어떤 것을 입을까? 비교적 쉬운 선택에서부터 진학이나 취업, 결혼 같은 어려운 결정에 이르기까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과 마주한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선택은 개인의 삶이나 기업, 국가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문제를 기회비용으로 설명한다. 무엇을 선택하게 되면 선택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다. 포기한 것의 가치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식사를 한다.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짜장면을 선택한다면 짜장면의 기회비용은 짬뽕인 셈이다. 현명한 선택이란 선택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만족이나 이익이 포기한 것의 가치, 즉 기회비용보다 큰 선택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이다. 우리는 종종 ‘안전’을 외면하고 ‘위험’을 택한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기도 하고, 헬멧 등 보호장비 없이 자전거를 탄다. 졸음을 무릅쓰고 장거리 운전에 나서기도 한다. ‘위험’을 선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은 잠깐의 불편 해소나 시간 절약 등이다. 대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만만찮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사고는 ‘안전’ 대신 ‘위험’을 선택한 결과일 때가 많다.

산업현장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사고는 근로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사업장에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최근에는 산업현장 사고가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일터에서는 9만여 명이 다치고, 20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19조원에 이른다. 산업재해 근로손실일수도 5200만 일이 넘는다. 재해자 1명당 2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우리나라 모든 사업장에서 평균 27일의 근로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안전을 선택했더라면 치르지 않아도 될 막대한 비용이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낭비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데는 원인이 있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산업현장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성장우선’이라는 경제논리에 의해 산업재해 문제에 관대했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사고를 ‘단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리비용이 사고를 예방하는 비용보다 적게 들어간다고 인식한다.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안전을 지키는 것이 번거롭고 불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산업현장에 안전 실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안전이 성장의 필수요소라고 인식해야 한다. 근로자는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의 첫 번째 절차로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하기 전 주변의 위험요소를 살펴보는 안전점검이 습관으로 정착돼야 한다.

어떤 경우든 안전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안전을 선택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비용도 많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대신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기업 발전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위험의 기회비용인 안전의 가치는 무한에 가깝다.

안전은 더 이상 우리사회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변할 수 없는 핵심가치다. 우리 모두 일을 할 때나 생활 속에서 안전을 선택하길 기대한다. 안전은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이영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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