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기는 안전교육 골든타임
정규 수업시간 활용하기 어렵다면
방과 후 이용해서라도 의무화해야

▲ 김남규 (사)한국수소산업협회사무국장 가스기술사

지난해 일본 구마모토시의 외곽에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 두 자녀를 둔 평범한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일본의 보통 가정에서 동고동락하는 1주일 동안 그들의 몸에 밴 안전의식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루는 그 가족들과 바다 낚시를 갔다. 아버지는 낚시를 시작하기 전에 가족들은 물론 함께 간 일행들에게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했다. 그 다음 모든 사람들이 바위에 설치된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했다. 낚시터에는 바위에서 옮겨다니다가 미끄러지거나 너울 파도가 칠 때를 대비한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었다. 다음날은 자전거 투어를 했다.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안전모를 착용했다. 안전의식이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 하루는 구마모토 중심가에서 4~5명이 3~5장의 보도블록 보수공사를 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 작업현장에는 안내요원이 배치되어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낙하물이 없는데도 안전화, 안전모, 안전벨트를 착용했으며 보도블록 1개를 까는 데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안전공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깊은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 안전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안전 불감증으로 동종의 유사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가스사고만 보더라도 304건이나 발생했다. OECD국가 중 안전사고 발생률 꼴찌라는 오명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서 선진국 수준의 안전의식 교육을 해야 할 때다. 일본 국민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안전의식화가 돼 있는 이유도 아마 학습 효과가 큰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시기는 안전교육의 골든타임이다. 우리도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이 절실하다. 정규 수업시간에 안전교육 실시가 어렵다면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 이 시기의 교육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안전지수를 획득할 수 없고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계속적으로 발생해 안전의 후진성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우리의 학교와 가정은 아이들에게 많은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전문성을 가진 경쟁력 있는 자녀를 만들겠다고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안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다. 안전불감증이 어느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말이다.

우리의 인생에서 안전보다 우선시할 가치는 아무 것도 없다. 직장이나 특정 조직에 국한된 안전이 아니라 전 국민이 일상생활에서부터 안전해야 한다. 어린 시절 가정과 학교에서 이루어진 안전교육은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그 어떤 수준 높은 안전교육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안전은 많은 부분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지 않던가. 각 분야별로 안전교육 과정을 철저하게 수립하여, 형식에 치우치지 않는 똑똑한 안전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사고 없는 행복한 안전 한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남규 (사)한국수소산업협회사무국장 가스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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