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필자가 공부했던 시절, 매우 색달랐던 수업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아 있다. 각각의 수업방식은 디자인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학부생일 때 들었던 디자인 수업이었다. 맨 처음 학생들에게 육면체의 석고덩어리가 주어졌다. 2주 동안 조각도나 샌드페이퍼를 사용, 깎거나 다듬거나 하면서 계속 변화해 가는 형태를 쥐어보거나 만지기를 반복, 손에 닿거나 잡히는 느낌이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상태로 완성하는 것이 과제였다. 학생들이 내놓은 작품은 비행접시, 고구마, 생강, 와인 병 등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학생들은 제출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만진 뒤 소감을 주고받으면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주어진 기간 동안 본인이 생각한 형태와 촉감을 찾아가는 과정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또 하나는 유학시절 경험했던 디자인교육론 수업이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눈을 감은 채 직접 만져보고 그 촉감을 차분하게 느껴 보는 것, 그를 통해 물건의 본질을 이해하는 수업이었다. 당시 소지하고 있었던 옷, 손수건, 연필, 책, 필통 등을 만져본 결과 일상의 모든 물건들은 나름의 독특한 촉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다. 또한 손을 통해 느낀 여러 가지 재미있는 촉감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항상 사물을 신선한 시각, 깨어있는 의식에서 접근하라는 발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수업이었다.

디자인과 촉감,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키워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대의 우리는 촉감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입문에서부터 컴퓨터, 휴대폰, 스마트 기기, 자동차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기들이 촉감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디자인의 요소 중 촉감의 인터페이스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중이다. 단순히 시각에만 의존하는 디자인이 아닌, 사용자의 촉감까지 헤아리는 디자인. 미래에는 더욱 더 ‘터치’의 영역이 디자인에서 큰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규옥 울산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대학 시각디자인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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