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해안 극소수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방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전국을 펄펄 끓게 만드는 폭염으로 한반도에 열기가 쌓여가고 있다.
‘살인 폭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35℃를 육박하는 요즘은 폭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우리는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한다. ‘먹다’라는 말에는 ‘음식을 먹다’라는 뜻 말고 ‘겁먹다’ ‘욕먹다’처럼 ‘무엇을 하거나 어떻게 되다’라는 뜻도 담겨 있다. 요즘엔 온열질환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으나 더위가 몸안으로 들어와서 나가지 않는 상태를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더위 먹다’가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1994년의 여름을 빼놓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30일가량 폭염이 발생했다. 이 중 하루도 빠짐없이 폭염이 지속된 최대 연속 일수는 14일 정도였다. 이 때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94명이나 되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주변에 태풍 3개가 발생, 직간접적 영향을 미쳐 더위를 한풀 꺾었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올 여름은 태풍도 폭염을 비켜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개 장마가 끝난 뒤에는 한반도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이면서 무덥기 마련이다. 올해는 여기에다 더 높은 상공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부터 뻗어져 나온 덥고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의 더운 바람이 유입되고 있다. 게다가 비 없이 맑은 하늘 속에 일사가 강해지면서 지면까지 뜨겁게 달궈졌다. 하층, 중층, 상층 모두 뜨거운 기운으로 휩싸여 있어 상하층간의 상대적인 공기싸움 때문에 만들어지는 소나기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층부터 상층까지 큰 키를 유지한채 머물고 있는 뜨거운 공기는 매우 견고하고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쉽게 흐트러질 가능성이 적다.
길어질 폭염에 대비해 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볕이 가장 강한 낮시간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은 자제하고,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은 물을 마셔 수시로 보충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