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희 울산시민안전포럼이사·(주)혁신소방 대표

잦은 화재로 인명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봉한 재난영화 ‘엑시트(Exit)’는 다른 재난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비상구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도시화로 대형건물과 지하 공간 등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현대사회에선 유사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17년 12월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우리에게 비상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다중이용시설의 비상구와 아파트 옥상 비상구, 대형건물의 비상구는 평상시 개방되어 있거나 화재시 자동으로 개방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건물들이 잘 지키지 않고 있다. 관리자와 종사자의 안전 불감증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비상구를 흔히 볼 수 있다. 관리감독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건물주가 비상구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파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창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피난기구인 완강기를 분실했거나 다른 곳에 두어 화재 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옆집으로 피난할 수 있도록 설치된 세대 간 경량칸막이 앞에도 물건을 쌓아 두고 산다. 최근에 건축된 아파트에는 세대마다 대피실이 마련돼 있으나 물건을 쌓아두어 대피실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내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는 일반 가정에서조차 비상구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구는 화재시 열어서 사용하는 출입구를 말하지만 앞서 설명한 완강기, 아파트 대피실, 아파트 간이 칸막이, 비상계단 등과 같은 피난시설과 함께 사용되어야 안전한 피난이 된다. 평상시 드나드는 복도나 계단이 연기로 가득차 피난이 어려울 때 어디로 무엇을 이용해 피난해야 할지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비하는 소방훈련과 피난시설의 유지관리가 꼭 필요하다.

건축법과 소방법을 따르도록 돼 있는 건축물들은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지만 주택, 빌라, 소형 상가, 소형 공장 등과 같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건축물들은 개개인이 비상구와 피난시설을 관리하지 않는 한 화재시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다. 비상구는 생명과 직결된 시설이다. 비상구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윤석희 울산시민안전포럼이사·(주)혁신소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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