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암지대 명상여행과 마야 천문도시
자신 위하며 코로나 사태 이기는 길
울산의 ‘살티 가는 길’ 등도 힐링공간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코로나19’가 우리의 미래를 너무 빠르고, 강력하게 앞당기고 있다. 유럽 14세기 흑사병의 유행과 폐해에 비유할 만하다. 당시 유럽인은 신께 기도를 올리는 것보다 페스트 역병 예방을 위한 위생 검역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권에서 왕권으로 권력이 움직인 계기였다. 갑자기 전염병으로 쓰러진 남성 귀족을 대신한 여성 권력이 생기기도 했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는 ‘뉴 노멀’, 새로운 세상을 향해 전 분야에 걸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북한 뉴스를 보면서 시원한 구석이 없다며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롭게 나다니지도 못하고 집안에 갇혀 지내면서 집단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도 외국여행도 나갈 수도 없다. 여러 국가들이 폐쇄조치 기간 중에 자국 경제문제 때문에 국경 등 여행제한 조처를 해제하고는 있으나 1차 세계대전 발발 전만큼 혼란스러워 선뜻 여행하기도 쉽지 않다.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여행해야 하나?

사람들은 죽기 전에 꼭 가볼만한 곳을 다양하게 권하고 있다. 세계 60개 도시, 미국 내 50곳, 세계 20곳 또는 10도시 등을 제안하기도 한다. 죽기 전에 실행하라고 결심을 유도하고 버킷리스트 중에서 꼽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의 의미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서구에서 동양인을 적대시하며 배타적 모습을 보이는 현실에서는 더욱 외국 여행의 트렌드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 도심이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 대신에 자신을 위해 걷는 트레킹 코스 ‘걷는 길’이나 정신적인 ‘힐링의 공간’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극한의 6개월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88사찰을 순례하는 일본 시코쿠 오헨로 순례길, 스페인 까미노 산티아고, 제주도 올레길과 각 시·도 둘레길 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세계 힐링장소 인도 바라나시, 아이슬란드 블루라군, 벨리즈 약용 마야정원, 테이블 산, 사해, 발리 우부드, 파묵칼레, 퀘벡 오거스틴 수도원, 우유니 소금호수, 러쉬모어 큰바위 얼굴, 아리조나 세도나, 마야 천문도시 치첸이짜, 러시아의 반야 등도 꼽힌다. 그 가운데 마야제국 천문도시 치첸이짜는 지구의 미래를 예언한 상징적 365계단 피라미드가 있는 장소다. 기(氣) 도시 세도나는 지구 파장 에너지가 모인 도시로, 명상, 힐링과 창조 에너지가 가득한 곳으로 알려져 명상여행 여행자, 종교 창시자들이 기를 충전하려 모여드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코로나19의 답답함을 이겨낼 가까운 길이 없을까? 태화강국가정원 대숲에서 시작해 울주군 상북면 살티공소까지 이어지는 ‘살티 가는 길’을 만들면 ‘산티아고 가는 길’에 버금가는 트레킹 코스가 되지 않을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성당까지 별이 보이는 들판을 따라 사도 야곱을 찾아가는 순례길이다. 우리 천주교 역사 중 평신도 중심의 자발적 순교역사 속에서 103위 순교성인 시복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살티가는 길’은 ‘힐링도시 울산’을 상징하는 걷는 길이 될 수 있다.

또 ‘문수보살을 따르는 길’도 있다. 문수보살 사라진 전설의 길이 삼호, 무거, 태화강, 문수사로 이어진다. 삼국유사 5권에 등장하는 연회승려, 문수보살과 변재천녀로 이어지는 길도 영남 알프스 영취산까지 어우러지는 의미 있고 정겨운 길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의 십리(백리)대숲을 향유하면서 자신에게 친근한 종교적 유적지 또는 자연을 답사하며 걷다보면 코로나 사태에 지치고 일상에 힘들어진 몸과 마음이 치유되지 않을까. ‘살티 가는 길’과 ‘문수보살 따르는 길’은 힐링도시 울산의 살아 있는 역사를 더듬을 수 있는 길이다. 송철호 시장의 ‘살티 가는 길’에 대한 구상을 들으며 떠오른 단상이다.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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