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보란 듯이 퍼져나갔다. 발생한 지 반 년 만에 천만 명 이상이 감염되었고,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사방은 코로나19의 위협으로 가득했고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이 가공할 역병의 공포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포는 갈망을 자극한다고 하였던가. 공포로부터의 갈망은 생존과 안위를 향한 원초적 본능의 발화다. 역병의 공포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이 가엾은 갈망은 간절함으로 솟구쳐 마침내 꿈이 되었고, 가물거렸던 그 꿈은 마침내 실현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개발에 관한 낭보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한 코로나19 백신의 1단계 임상시험결과는 모두가 성공적이다. 대상자 전원에게서 항체가 형성되었고, 부작용은 미열과 두통 등으로 경미했다. 지금은 3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최대 규모의 임상3상 시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3상 시험은 약품의 안정성과 효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백신은 바로 환자에게 투여된다. 늦어도 올 연말까지 백신의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학계는 예측하고 있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예방접종은 집단접종이 개인접종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코로나19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집단접종으로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져 결국 전파가 멎는다. 이것이 바로 집단면역(herd immunity)의 효과다. 백신을 맞았는데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도 감염을 모면한다. 그러나 집단접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적 비용이다.

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모두 특허가 신청되었다고 한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나친 특허료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국가가 생겨날까 해서다. 백신개발에 투입한 자원과 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은 뒤따라야 하겠지만, 의료의 성과물 특히 전염병에 대한 것은 집단희생과 노력의 결과여서 어느 한 국가, 어느 한 팀, 어느 한 개인의 공로일 수가 없다. 이 가공할 역병 앞에 많은 사람이 희생했으며, 세계 각국은 이들의 정보를 공유했고, 천문학적인 연구비가 조건 없이 지원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역병의 공포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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